"우리는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이 객석을 떠난 후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 극단이 지난 76년간 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일이다. 관객이 연극 '로제타'를 보고 '나도 로제타'라는 생각을 품고 극장을 나섰으면 한다."
미국 현대연극 역사의 한 장(章)을 장식한 뉴욕 극단 리빙시어터(The Living Theatre)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극공작소 마방진과 함께 13, 1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 무대에 시범 공연으로 올리는 연극 '로제타'를 통해서다. 리빙시어터의 배우이자 극단 대표인 브래드 버지스는 6일 복합문화기업 옐로밤의 서울 영등포구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극단의 사명과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리빙시어터는 1947년 시인이자 화가였던 줄리언 벡과 배우인 주디스 말리나 부부가 창단했다. 비폭력 저항과 무정부주의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연극을 무대에 올려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시작을 만든 극단으로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명배우들이 거쳐 갔다.
리빙시어터의 이번 첫 내한 합작 연극 '로제타'는 구한말 활동한 미국 여성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삶을 그린 작품. 학생 시절 이 극단에 몸담았던 연출가 요세프 케이(한국명 김정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리빙시어터의 무정부주의는 모두 서로 사랑함으로써 정부가 필요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며 "국적을 뛰어넘은 사랑을 실천한 로제타의 이야기를 알게 됐을 때 곧장 리빙시어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로제타 셔우드 홀은 여성병원을 설립해 조선 여성에게 근대 의료와 교육의 여명을 열어주고 한글 점자를 개발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회복에 평생을 헌신했다.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특수교사 오봉래와 최초의 여성 양의사 에스더 박을 지원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은 장애와 여성 등 '다름'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에 맞서 싸운 로제타의 '순간들'을 그린다. 리빙시어터에서 50년간 활동해 온 배우 토마스 워커 등 3명과 마방진 배우 5명 등 총 8명이 배역 구분 없이 돌아가며 로제타를 연기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요세프 케이에게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로제타를 연극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로제타의 삶을 경험하기에 좋은 매체는 책보다 연극"이라며 "관객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뛰어다니던 25살의 어린 로제타가 가졌을 마음을 경험하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버지스도 "연극은 로제타의 고난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성공적 임무 완수를 축하하는 긍정적 이야기"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자 했던 주디스 말리나의 삶의 모토와 로제타의 삶은 완벽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