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던 '1·6 의사당 폭동'의 복사판이다.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패배 승복을 하지 않고, 새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하자 지지자들 역시 선거 결과에 불복해왔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가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 내 의회 앞에 설치된 저지선을 뚫고 문과 창문 등을 부수며 내부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회의장에서 집기류를 내던지고 의장석을 점거하면서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는 무법천지가 됐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국기의 색을 지닌 옷을 입은 시위대는 지붕으로 올라가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가 적힌 손팻말을 펼치기도 했다.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한다는 의미다. 시위대는 인근의 대통령궁과 대법원에까지 몰려갔다.
지난달 1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하고 있어 시위대와 마주치지는 않았다. 중남미 좌파의 상징인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전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패배가 "불공평하다"고 주장,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대통령 띠를 건네주는 관행을 깨고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이후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반목 움직임을 보여 왔다. 성탄절 전날에도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등 시위나 유혈사태가 우려됐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난입 사태에 정부 개입을 명령했다. 룰라 대통령은 의회에 난입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광신도'나 '파시스트'로 지칭,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