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김정은 생일…북한 7차 핵실험 디데이는 2월?

입력
2023.01.08 19:00
관영매체, 특별한 언급 없이 넘어가 
2월 6·8·16일 중 무력 도발 가능성 
"핵·미사일 도발 준비는 마친 상태"


북한이 올해 7차 핵실험의 첫 고비로 꼽혔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1월 8일)을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2월에도 북한의 정치일정이 몰려있어 핵실험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과거 대부분 핵실험을 주요행사에 맞춰 감행하며 효과 극대화를 꾀한 전례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남 '강대강' 투쟁 원칙을 강조하며 무력도발을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대규모 열병식이나 핵실험 징후도 없었다. 올해 북한 달력에는 1월 8일이 기념일로 표시돼 있지 않다. 선대인 김일성(4월 15일)과 김정일(2월 16일) 생일을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기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후 북한은 4차 핵실험 버튼을 생일 이틀 전인 2016년 1월 6일 눌렀다. 3차 핵실험은 2013년 2월 12일 감행했다. 김정은 체제가 10년을 넘어 공고화하는 상항에서 북한의 연초 핵실험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2021년에는 8차 노동당 대회 도중 김 위원장 생일을 맞았다. 2019년에는 시진핑 주석 초청으로 김 위원장이 1월 7~10일 중국을 찾아 핵실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2월이다. 전문가들은 1월을 이대로 넘긴다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유력한 '디데이'로 2월 6일(일당백 구호 제시 60주년)과 8일(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16일(김정일 생일)을 꼽는다. 북한이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기념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주로 무력과시용 도발 이벤트를 벌여온 점을 감안해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서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예고했기에 그 방향의 행동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 이종섭 국방장관에 "미친개는 몽둥이 세례를 피할 수 없는 법"

오는 3월에는 중국 최대 연례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다. 북한의 '뒷배'인 중국의 축제에 재를 뿌리기는 어려운 만큼 2월 도발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인민군 창건 75주년인 2월 8일에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제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미친개'라고 폄하하며 "몽둥이 세례를 피할 수 없다"고 대남 비방에 열을 올렸다. 앞서 "북한 도발 시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이 장관 발언을 트집 잡았다. 해당 매체는 "(이 장관은) 한국형 3축체계의 획기적인 강화니, 연합연습 및 야외기동훈련의 확대니 하는 화약내 풍기는 망언을 쏟아냈다"면서 "새해에도 북침전쟁 책동을 더욱 노골적으로 강행하려는 기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6일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서는 2주째 별다른 언급이 없다. 박 교수는 "무인기 사건을 놓고 남남갈등이 극에 달했기에 북한으로서는 말을 더 보탤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