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임 하원의장에 공화당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의회 공전 나흘째, 15차례 투표 끝에 가까스로 얻은 성과다. 천신만고 끝에 하원 의사봉을 쥐게 된 매카시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성향의 보수주의자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본회의를 열고 매카시 원내대표를 제 118대 의회 의장으로 확정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216표를 얻어 민주당의 하원의장 후보인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212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원은 지난 3일 개회와 함께 의장 선출에 돌입했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란표가 잇따르면서 14차례 투표는 번번히 무산됐고, 15번째 시도에서야 매카시 원내대표를 당선자로 확정했다. 미국 하원이 의장 선출을 위해 10차례 이상 투표를 진행한 것은 164년만이다. 당선이 확정되자 공화당은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고, 매카시 원내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권력서열 3위, 하원 의장 자리에 오른 매카시 원내대표는 9선 의원이다.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에 당선됐으며 2006년 캘리포니아 22선거구에서 하원의원이 되면서 워싱턴에 입성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2014년 하원 진출 8년 만에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주목받았다. 이후 2018년에 다시 원내대표로 뽑혀 지금까지 하원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기도 하다.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이 불편하게 여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강력히 지지해왔다. 트럼프 탄핵 국면에서는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공화당 이탈표를 막으려고 힘을 썼으며 2020년 대선 직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하는 언행을 보여 ‘트럼프 호위무사’로 불리기까지 했다.
2021년 1월 6일 당시 극우 성향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에 실시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준하는 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나중에는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하는 등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몽니’를 부리듯 집요하게 자신을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강경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의원들의 임기 제한 법안 및 국경 보안 법안에 대한 투표 허용 △법사위 산하에 ‘연방정부 무기화 특별소위’ 설치 △본회의 투표 최소 72시간 전 최종 법안 문안 발표 △개별 공무원이나 사업의 예산을 1달러로 하향할 수 있는 ‘홀먼 규칙(Holman Rule)’ 복원 등의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 트럼프에 손을 벌려 체면을 구겼고, 선출 과정부터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앞으로 의회 운영에서도 강경파에 휘둘리는 등 안정적인 의장직 수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대표가 의장직 선출을 확정 지은 직후 성명을 내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는 “중간선거 직후 밝혔듯, 가능한 부분에서 공화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고 유권자들도 이에 대한 기대를 분명히 했다”며 “하원 지도부가 결정됐으니 이제 그 과정이 시작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