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파열 땐 30~40%가 바로 목숨 잃는다…최근 10년 새 3배 증가

입력
2023.0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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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주현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대동맥은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에 ‘혈관 고속도로’로 불린다. 대동맥이 탄력이 떨어져 찢어지는 급성 대동맥박리나 파열이 발생하면 30~40%가 수술받기 전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국내 대동맥 질환(대동맥증후군)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0년 1만2,297명에서 2021년 3만3,553명으로 11년 새 3배가량 꾸준히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에서 65%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주현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대동맥이 찢어지는 등 급성 대동맥증후군이 발생했을 때 짧은 골든 타임(1~24시간)을 놓치면 즉사할 수 있기에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응급실로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급성 대동맥증후군이 다소 낯선데.

“대동맥(aorta)은 2~3㎝ 두께인 몸속에서 가장 굵은 혈관(안쪽 내막, 가운데 근육인 중막, 바깥쪽 외막 등 3개막으로 이뤄짐)으로, 심장 좌심실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통로다. 지름이 3㎝ 정도인 대동맥은 크게 심장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하행 대동맥’과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상행 대동맥’, 활 모양의 ‘대동맥궁’으로 나뉜다.

나이가 들면 수도관이 시간이 지나 녹슬고 막히듯 대동맥도 노화되면서 막히거나 늘어나고 찢어지며 심지어 파열되기도 한다. 이처럼 대동맥에 문제가 생겨 빨리 치료해야 할 증상이 생길 때를 통칭해 ‘급성 대동맥증후군(대동맥 질환)’이라고 한다. △대동맥박리(大動脈剝離ㆍaortic dissectionㆍ대동맥이 찢어짐) △대동맥파열 △불안정 상태의 대동맥류(大動脈瘤ㆍaortic aneurysmㆍ흉부나 복부의 대동맥이 1.5배 이상 부풀어 꽈리처럼 됨) △대동맥벽내혈종 △ 관통죽상경화성궤양(중막 안에 혈전을 유발할 수 있는 궤양 발생)등이 대표적이다. 아주 치명적이지만 발병률은 그리 높지 않아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급성 대동맥증후군이 발생하면 온몸으로 전달돼야 할 혈액 흐름이 끊겨 쇼크, 급성 심근경색ㆍ뇌졸중ㆍ신부전ㆍ간부전 등이 발생한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다리 괴사가 생기기도 한다. 고속도로가 무너져 그 위로 달리던 자동차들이 순식간에 밑으로 떨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연상하면 급성 대동맥증후군의 심각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동맥 박리나 파열 등 급성 대동맥증후군이 발생하면 가슴ㆍ복부ㆍ등 부위에 칼로 찌르거나 도려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혈압이 유지되지 못하면 쇼크와 함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119로 전화해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질환을 잘 알지 못해 뒤늦게 병원을 찾아 목숨을 잃거나 다른 질환을 의심해 검사하다가 급성 대동맥증후군 진단을 받기도 한다.”

-특히 추운 겨울에 이들 질환이 많이 생기는데.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도 떨어지면서 온몸에 퍼져 있는 말초혈관이 수축한다. 또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류가 늘어나게 된다. 좁아진 혈관에 혈액이 많이 공급되면서 대동맥 압력이 높아진다. 이때 고령으로 대동맥 벽이 노화되면 압력을 견디는 힘이 떨어져 급성 대동맥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이들 질환자의 평균 나이는 70세가 넘는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화뿐만 아니라 흡연ㆍ과음ㆍ비만ㆍ당뇨병ㆍ고혈압 등으로 혈관 건강을 악화시킨다면 발병 위험이 치솟는다. 따라서 저지방·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족 중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가 있으면 발생 위험이 20%에 달하기에 정기검진이 필수다.”

-병을 고치기 위해 어떤 치료법을 시행하나.

“대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대동맥류가 의심되면 기본 흉부 X선 촬영과 심장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이후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필요시 조영술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대동맥류로 확진되면 대동맥이 파열되기 전에 시술이나 수술을 진행한다. 대동맥이 팽창하더라도 5㎝를 넘지 않으면 우선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CT 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해 경과를 지켜보면서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에 초점을 둔다. 이때는 약물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대동맥류라면 부풀어 오른 대동맥을 잘라내고 인조 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인 ‘인조 혈관(vascular graft) 치환술’이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그런데 환자 상태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교체 수술 대신 스텐트(금속망)로 이뤄진 인조 혈관을 문제 된 대동맥 속에 집어넣는 ‘스텐트 삽입술(시술)’을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이 시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스텐트를 장착하기에 환자에게 부담을 덜 주고, 시술 시간과 입원 일수를 줄일 수 있다. 상행 대동맥에 대동맥류가 발생하면 시술하지 못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과 시술의 장단점을 잘 고려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

대동맥박리나 대동맥파열이 생겼다면 짧은 골든 타임 안에 수술이나 시술하지 않으면 대부분 즉사하기에 빨리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동맥류도 크기가 5㎝ 이상이거나 5㎝ 이하이더라도 크기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면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다.”

-수술 경과(예후)에 중요한 것을 꼽자면.

“급성 대동맥증후군 치료에는 정확성과 신속성,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급성 대동맥증후군 발생 시 즉사 위험이 매우 높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신속히 수술과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물론 전문성에 바탕을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 클리닉은 이들 세 가지 필요한 것을 모두 갖췄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심장혈관외과ㆍ심장내과ㆍ영상의학과 전문 교수들이 대동맥전담팀을 이뤄 24시간 상주하면서 협진해 정확히 진단하고 대동맥 시술ㆍ수술을 신속히 진행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다학제 회의를 열어 급성 대동맥증후군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고안해낸다.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도 적지 않다. 대동맥류 수술을 국내 병원 가운데 가장 많이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널리 활용되고 있는 대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해 지난해 3월 4,000례를 달성했다. 최근 대동맥 수술 성적은 급성 대동맥 박리 수술 사망률 및 합병증 발생률도 5% 이하로 떨어뜨려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대동맥류 환자의 75%에 해당하는 복부 대동맥류 수술도 98%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