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반려묘 ‘센’(11)의 보호자 홍진영 씨 부부는 문득 이상하다 느꼈습니다. 평소처럼 센을 안아주려 했는데, 유독 몸무게가 가벼운 듯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진영 씨는 최근 센의 식사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센이 식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는 사료를 마다하는 편은 또 아니었기에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센의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본 진영 씨 부부는 또 다른 점에서 의구심을 품게 됐습니다. 귀를 비롯한 피부 곳곳이 노랗게 변한 모습을 본 겁니다. 그때 진영 씨는 ‘혹시 황달이 아닌가 싶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지만, 반려묘 몸에 이상을 발견한 이상 검사를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진영 씨 부부는 곧바로 서울 성산동 우리동생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센의 증상을 설명하고 나자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간 수치가 과도하게 높았습니다. 우리동생 김희진 원장에 따르면 피에서 노란색이 섞여 보일 정도로 황달이 심각했죠. 김 원장은 “불과 4개월 전에 진행한 건강검진에서도 간 수치에 문제는 없었다”며 “안심할 법도 하지만, 보호자들이 평상시에도 뭔가 이상이 있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라 빠르게 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문제는 센의 간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을 한 뒤에도 간 수치는 700에서 1,00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김 원장은 ‘락스를 먹고 중독됐을 때의 간 수치와 비슷한 상태’라며 심각한 정도를 표현했습니다. 다행히 입원 이후 간 수치는 꾸준히 내려갔습니다. 처방한 약이 효과를 본 것입니다. 11월 이후 센은 퇴원해 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현재 확인된 센의 병명은 ‘간부전’”이라며 “지금은 추적 관찰을 할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간부전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담낭 조직의 이상이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약물치료 이후 이상 부위가 괜찮아진 상태라며 현상을 유지하고 상황이 나빠지지 않게 돌보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영 씨는 “솔직히 당황스러운 두 달이었다”며 “반려묘를 키운 지 11년이 됐지만, 아이들이 모두 건강 체질이라 크게 걱정한 적이 없어서 더욱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11살이 되도록 센이 큰 질병을 앓지 않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센이 진영 씨와 함께 생활한 것은 3개월령 무렵인 2011년이었습니다. 당시 센은 한 어미 아래서 함께 태어난 ‘치로’와 함께 진영 씨의 가족이 되었죠. 그는 “원래 센만 데려오려 했는데, 치로가 센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함께 데려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상 모든 ‘처음’은 다 낯설고 어렵겠지만, 냥집사가 되는 건 더욱 그렇습니다. 진영 씨 인생의 첫 고양이가 센이었던 만큼 배탈이 나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는 등 가벼운 일에도 화들짝 놀라곤 했죠.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가벼운 일을 제외하고는 큰 병을 앓은 적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센과 치로를 비롯해 진영 씨 부부가 기르는 네 마리 고양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영 씨 부부는 병원을 가까이하는 보호자였다고 합니다. 김 원장은 “이분들은 예방접종 시기나 건강검진 시기를 항상 잊지 않고 잘 챙기는 보호자들”이라며 “질병보다는 접종과 검진 차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의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살펴보는 눈썰미 덕에 센이 11살이 되기까지 특별히 아프지 않은 고양이가 됐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진영 씨는 “첫째로 살아오면서 센이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줘서 고마웠다”며 역으로 센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전이라는 질병은 중대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이들도 난생 처음 만성 질병을 마주한 막막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잘 버텨준 센을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가 잘 돌봐줘야 하는데 솔직히 준비가 잘 되지 않았다”며 “다른 보호자들이 노령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한 탓”이라고 돌아봤습니다.
마냥 자책만 하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진영 씨 부부는 모르는 와중에도 관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센의 상태를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병원의 검사 결과는 물론이고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듣는 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센이 밥을 잘 먹는지도 수시로 확인하고 기록했습니다. 진영 씨는 “우리 부부가 모두 일하러 나가면 홈 카메라를 작동해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센에게 맞는 사료도 샘플을 여러 개 구입해 테스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실한 관찰 기록은 부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왔습니다. 단순히 돌봄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또 다른 ‘반려 고수’들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었죠. 진영 씨는 “우리동생의 고양이 돌봄 모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이분들 중에는 오랫동안 지병을 앓는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도 계시고, 이미 고양이를 떠나보낸 분들도 계셔서 우리 부부에게 아낌없이 자문을 주고 계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받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분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집요하게 기록하는 ‘반려 고수’인 듯하다”고 진영 씨 부부에게 말하자 부부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오히려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에게 고맙다는 뜻이었습니다. 진영 씨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행운인데, 네 고양이 모두 불화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예전에는 동생들이 센의 밥을 간혹 뺏어먹곤 했는데, 센이 아프고 난 뒤에는 오히려 기다려 주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자랑했습니다.
센과 진영 씨 부부는 이제 겨우 만성 질병의 터널에 들어섰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큰 질병이라면 자연스레 두려움을 느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집사의 주변 사람도, 센과 함께 사는 고양이들도 모두 유대감을 갖고 도와주기에 센의 건강은 분명 좋아지리라는 기대도 듭니다. 진영 씨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