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경영자들이 재계 신년회에서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크게 감소하자 새해 들어 연일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호소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금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재계에 “인플레이션을 넘는 임금 인상을 실현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5일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 경제동우회, 일본상공회의소 등 재계 3단체가 공동 주최한 신년회의 주요 키워드는 '임금 인상'이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기시다 총리는 재계 3단체가 공동 주최한 신년회에도 참석해 재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일본 최대 노총인 렌고((連合)는 올해 ‘춘투(春鬪·노사 임금협상)’에서 5% 정도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임금 인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일본 경제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재계는 적극적인 임금 인상 검토를 약속하며 정부에 화답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올해 일본 경제의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며 “올해 춘투에서는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물가상승률을 밑돌지 않도록 회원기업에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동우회의 사쿠라다 겐고 대표간사도 “회원사 중 80%의 경영자들이 임금 인상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 대표들은 렌고가 제시한 5%를 넘는 임금 인상률을 언급하기도 했다. 산토리홀딩스의 다케시 니나미 사장은 6% 이상, 닛폰생명보험의 쓰쓰이 요시노부 회장은 7% 이상의 임금 인상을 검토한다고 표명했다. 다케시 사장은 “지금까지는 디플레이션이어서 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 수준이 떨어지고 있어 처우 개선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가 연초부터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일본의 실질임금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서다. 일본 국민들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더라도 생활 수준은 그때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6일 발표한 월별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종업원 5명 이상 사업장의 1인당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8%나 감소하며 8개월 연속 감소했다. 하락 폭도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올라 실질임금이 감소했던 2014년 5월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컸다. 반면 실질임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는데, 이는 2차 오일쇼크 후반인 1981년 6월 이후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