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결과 나오면 종합 판단"...尹, 반복되는 안보 허점에 군 인적 쇄신 나서나

입력
2023.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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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이 포함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을 군 당국이 열흘 만에 인정하면서 군 수뇌부, 특히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문책 여론이 커지고 있다. 무인기 격추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미상 항적이 대통령실 인근에서 발견됐는데도 이를 무인기로 판단하지 않는 등 안이한 대처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대통령실도 안보대비 태세와 작전 지휘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분석과 원인 진단이 먼저라면서도 추후 내부감찰 등을 통한 군 지휘부 인적 개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軍 반복되는 실책에 대통령실 '부글부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안보에 관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군 내부에서부터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이후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군의) 전비태세검열이 진행 중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군 당국의 내부감찰이 어느 선까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감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더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현재 자체 감찰은 없다"는 군의 입장과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 대통령실은 문책성 인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군의 안보 실책이 반복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군이 대화지상주의에 매몰돼 기강 해이와 훈련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응징용으로 쏜 '현무-2' 미사일이 발사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 강원 강릉 군부대 골프장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도발 당시 사격대회에서 국산 중거리 유도무기인 천궁을 발사했으나 1발이 비행 중 폭발했다. 또 북한 무인기 침범 때는 격추 작전에 나선 KA-1 경공격기가 이륙 중 추락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에 군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남남갈등을 반복적으로 자초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사고가 잦다 보니) 윤 대통령도 군에 대해 아주 단호한 입장"이라며 "경제와 안보가 투트랙으로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보는데 안보가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즉각 문책엔 신중 기류… "감찰·조사부터"

다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나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를 겨냥한 즉각적인 문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일단은 군이 자체 조사나 감찰을 통해 대응 실패 원인을 가려내는 과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군의 작전 시스템의 잘못인지, 지휘체계나 인력의 문제인지 살펴보는 과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국방과 안보처럼 중요한 사안일수록 철저한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의 인력풀이 좁은 점도 고민 지점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은 기수파괴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대안이 없는데 정치공학적으로 사람만 교체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개각은 없다"고 선언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국방부만을 대상으로 메스를 들이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내에서 안보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안보실은 더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이 고도의 기술력과 무관한 무인기를 내려 보낸 목적을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소프트 테러'로 보고 즉각적인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안보실 관계자는 "군이 대처를 잘했다고 보진 않지만 전술적인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