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 도서의 전반적 경향을 '성찰과 소통'으로 요약하고 싶다. 바로 지금 여기, 우리 현실을 성찰하고 현실과 소통하려는 책들이 많았다. '성찰과 소통'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부족한 미덕이다."(한국출판문화상 심사위원 표정훈 출판평론가)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이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1960년 제정된 한국출판문화상은 2022년 출판된 책 중 저술(학술), 저술(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청소년 등 5개 부문 우수 도서에 시상한다. 이번에는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서 공동 수상작이 나와 모두 6종 책의 저자, 역자, 출판사 등이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자인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푸른역사)의 정수복 사회학자는 “사회학은 사회학자만 알기에는 아까운 학문으로, 사회학적 지식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좋은 사회를 꿈꾸고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학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학술 저서를 쓰고, 교양 시민과 독서 대중에게 다가가 대화하고 응답하는 교양 저서도 열심히 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술 교양 부문 수상자인 ‘인류 본사'(휴머니스트)의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지식의 흐름 속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바라보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회가 성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 상은 작은 연구에 대한 보답일 뿐 아니라, 어려운 지역이나 소외 지역에서 공부하는 후학들에게도 작은 보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번역 부문은 ‘에세’(민음사)의 심민화·최권행 번역가가 수상했다. 심 번역가는 "미셸 드 몽테뉴에 붙은 사상가·철학가라는 수식, 고전이라는 묵직함, 책의 두께 때문에 이런 책에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뜻에서 주시는 상이라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최 번역가는 "몽테뉴라는 작가가 한국의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나의 아저씨'처럼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 부문 수상자인 ‘토마토 기준’(문학동네)의 김준현 작가는 "첫눈을 보면 어른이고 어린이고 모두 좋아하며 '환대'하는데, 아동문학을 읽고 쓰고 나누는 일들이 첫눈을 바라보는 것처럼 어린이를 바라보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 부문 공동수상자인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야기꽃)의 김영화 작가는 "4·3 사건 156명 희생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를 수는 없지만 마음속 깊이 함께하며, 사회나 현실 문제에 대해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알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편집 부문 수상작 ‘어딘가에는 ○○○이 있다’는 지역출판사 남해의봄날, 이유출판, 온다프레스, 열매하나, 포토밭출판사가 뭉쳐 펴낸 책이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는 "지역에서 출판하는 건 재미도 보람도 있지만 굉장히 외로운 일인데, 저희가 모여 언제든 같이 응원할 수 있는 팀이 된 점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에는 금태섭 전 의원, 표정훈 출판평론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등 심사위원과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이외에 수상자 가족·친지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