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 정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를 위해 경량 장갑 전투차량을 보내기로 5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전화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각각 보병용 전투차량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브래들리 장갑차를, 독일은 마르더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각각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양국은 각자의 시스템으로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훈련시키기로 했다.
이번 장갑차 제공은 6일 발표될 총 28억 달러(약 3조5,700억 원) 규모의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에 포함된다. 미 관리들은 약 50대의 브래들리 장갑차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브래들리 장갑차는 경량 전차급 전투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기종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군이 전장에서 병력 이동에 주로 사용해 온 장갑차기도 하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M1 에이브럼스 전차에 미치진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래들리 장갑차가 러시아의 전투차량 및 T-72 전차에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달 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포대 지원을 발표한 데 이어 독일 또한 미국과 함께 추가적인 패트리엇 포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재정적·군사적·외교적 지원을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동의 결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경량 AMX-10 RC 장갑차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 압박을 받고 있는데 나왔다.
숄츠 총리는 개전 이후 방위비를 늘리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기는 했으나, 다른 서방 강대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과 확전을 우려해 강력한 무기 지원은 주저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제 레오파드 전차를 요구했지만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확대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고 우려해 지원을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숄츠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등에서 프랑스의 장갑차 지원 발표 이후 독일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한편 미국이 계획하는 28억 달러 규모 군사 지원 중 약 8억 달러는 우크라이나의 무기 조달을 돕기 위한 대외 군사 차관이라고 한 미국 관계자는 로이터에 밝혔다. 이번 지원은 의회의 승인 없이도 무기를 보낼 수 있는 대통령인출권한(PDA)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미국은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에 총 213억 달러(약 27조 원)에 이르는 군사 지원을 해왔다. 이미 소형 전술 차량인 험비 1,200대를 포함해 2,000대 이상의 전투 차량도 제공했다. 초기에는 대공 미사일 스팅어나 재블린 등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와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