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불출마로 '친윤계 표심' 김기현에 쏠리나... 與 당권구도 '출렁'

입력
2023.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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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장제원과 연대 김기현에 무게 쏠려 
'여론조사 선두' 나경원 출마 여부 남은 변수
권성동, '친윤 맏형'이지만 낮은 지지율 발목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 후보 간 교통정리 효과로 인해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연대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권 경쟁구도가 '친윤계 대 비윤계'로 선명해지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거취 등이 남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권성동 불출마, 친윤계 교통정리 신호탄”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당의 운영 및 총선 공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 의원은 '윤심'을 앞세우며 완주 의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 3%대로 하위권을 맴돈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용산(윤 대통령)에서 권 대표에게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불출마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스스로 결단했다"며 "(윤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친윤계 집결 신년회서 "尹과 소통" 강조

당내 핵심 친윤계 4인방(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중 한 명인 권 의원의 불출마는 윤심을 앞세워 난립 중인 당권주자들 간 교통정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은 김기현 의원이 친윤계의 대표주자로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장 의원은 일찌감치 김 의원과 손을 잡아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구축해왔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과의 독대 만찬에 이어 12월에도 대통령 관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통해 윤심을 부쩍 부각하고 있다.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소속 의원들도 김 의원이 단독 연사로 나선 배현진 의원 지역구(서울 송파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인사회에는 장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박성민 의원 등 국민공감 소속 수십여 명이 찾아 세를 과시했다. 김 의원은 강연에서 김장연대에서 김감(김기현·국민공감)연대로의 확장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권 의원 불출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 의원과 사전에 얘기했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의 고독한 결단일 것"이라고 답했다.


나경원 “전대 출마 좀 더 생각해보겠다”

여권의 시선은 나 부위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드러나듯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범친윤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보다 나 부위원장의 대중적 인지도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나 부위원장 역시 최근 당의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제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친윤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 의원과의 경쟁구도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큰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주자들과의 다자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친윤계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비윤계에 당권을 건네주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후보 등록 이전까지 김 의원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부위원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송파을 신년 인사회에서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고만 말했다. 친윤계가 지원하고 있는 김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동현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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