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구역 뚫리고 거짓말한 軍, 믿을 수 있겠나

입력
2023.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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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용산 인근까지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앞서 ‘서울 북부’ 지역만 비행했다며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은 뚫리지 않았다고 부인해온 군당국이 5일 “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반경 3.7km 구역이다.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1시간 동안 휘젓고 다닌 것도 모자라 서울 중심부 핵심지역까지 침범한 것은 충격적이다. 정찰용으로 보이지만 격추가 쉽지 않은 데다, 만에 하나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은 공격용이었다면 대한민국 심장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아찔하고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점이다. 무인기 남하 직후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가 보고한 비행궤적을 토대로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와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했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용산까지는 오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 감시 자산들에 의해 확인이 된다”고 했다. 군은 정례브리핑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까지 했다.

군당국이 용산 인근 침투사실을 은폐했는지, 파악조차 못 한 건지 어느 경우든 문책이 불가피하다. 무턱대고 부인해놓고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슬그머니 시인하는 군과 정부를 어느 국민이 믿고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겠나. 서울 상공 2~3km라면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 청사도 촬영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항적을 일부 포착하고도 북한 무인기 흔적이란 평가를 하기까지 일주일 넘는 분석을 거쳐야 했다. 방공 대응 실패는 물론 정보평가까지 총체적 안보 난국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압도적 대응’ 같은 말보다 내실 있는 군사대비 태세 점검만이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휘라인에 혹독하게 책임을 묻고, 군당국은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