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해바라기’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손해보험사가 독일계 유대인 은행가의 후손들로부터 '작품 반환과 약 1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송을 제기한 후손들은 "은행가가 나치로부터 박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해바라기'를 매각한 것"이라며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독일의 유대인 은행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파울 폰 멘델스존-바르톨디'(1875-1935)의 상속인을 자처한 원고 3명은, 현재 ‘해바라기’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보험사 'SOMPO홀딩스'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유권 반환 및 7억5,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금은 지금까지 SOMPO가 해바라기를 소유해 얻은 브랜드 가치 향상이나 마케팅 효과를 추정해 책정됐다.
멘델스존-바르톨디는 생전 반 고흐뿐 아니라 △피카소 △모네 △마네 △르누아르 △브라크 등 유명 화가의 미술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1933년 나치 집권 후 유대인이란 이유로 박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미술품을 팔거나 포기해야 했다.
소송의 근거는 2015년 12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제정된 ‘홀로코스트 몰수 미술품 반환법’이다. 이 법은 나치의 박해를 받은 피해자가 몰수된 미술품의 현 소유자를 알아내 반환을 요구하면 6년 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유족들은 세계 각국의 미술관 등을 상대로 은행가가 소장했던 작품에 대한 소유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워싱턴DC 소재 국립미술관으로부터 피카소의 ‘여인 두상’을 반환받는 등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번 반환 소송의 타깃이 된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1934년 영국의 수집가에게 매각됐다가, 1987년에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SOMPO의 전신인 야스다화재보험이 3,990만 달러에 구매하면서 소유권이 변경됐다. 당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작품은 현재 도쿄 소재 SOMPO 미술관이 소장 중이다.
반 고흐는 프랑스 남부 아를로 이주한 1888년 8월 하순에 폴 고갱이 오길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연달아 네 점 그렸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네 번째로 그린 ‘노란 바탕의 해바라기’ 또는 ‘열네 송이 해바라기’로, 현재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돼 있다. SOMPO가 소장한 해바라기는 반 고흐가 같은 해 11월 말~12월 초 사이 이 작품을 다시 그린 것이다. 기본 색상과 구성이 동일하지만 붓놀림이나 색조에 차이가 있다.
SOMPO 측은 “소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도 “35년에 걸쳐 SOMPO 미술관에 전시해 온 이 전시품은 경매에서 공개 구입한 것으로, 소유권을 전면적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