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장학금 대신 '송아지'... 완도화흥초 전통 '화제'

입력
2023.01.05 14:00
상황봉장학회 47년째 후배에게 전달
3년 후 장학회비로 한 마리 기증
올해 졸업생 2명, 박사만 20명 배출



47년째 졸업생에게 장학금으로 송아지를 주는 전남 한 초등학교가 화제다.

5일 완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앞선 4일 40년 넘게 송아지 장학금 전통을 이어가는 전남 완도군 화흥초등학교는 오는 6일 졸업식을 앞두고 여학생 2명에게 장학금 대신 7개월 된 암송아지를 한 마리씩을 전달했다.

화흥초 올해 졸업생은 3명인데 조다연(13)양과 박보아(13)양 2명이 장학금으로 송아지(250만 원 상당)를 받았다. 졸업생 1명은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쉽게도 장학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날 조 양은 "장학금으로 송아지를 받는다는 게 신기하고 기뻤다"면서 "제 소를 축사가 있는 친척에 맡기기로 했는데 자주 가겠다"고 좋아했다. 간호사가 꿈인 박 양도 "매년 언니 오빠들이 송아지를 받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송아지 장학금 전통은 1976년 시작됐다. 학교 뒷산이면서 완도에서 가장 높은 상황봉(현재는 상왕봉)에서 이름을 딴 '상황봉장학회'다. 화흥초 졸업생들이 인재 육성을 위해 기금을 마련한 뒤 당시 귀했던 송아지 6마리를 샀다. 이 소를 축산농가에 맡겨 종자 기금으로 불려 졸업생들에게 장학금 대신 송아지를 줬다. 지금까지 240여 마리의 송아지가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소를 받은 졸업생들은 3년 후 7개월 이상 된 송아지 한 마리를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다시 내 놓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날도 3년 전 장학금으로 지급된 송아지 6마리가 학교로 돌아왔다.

최선주(70·화흥초 전 운영위원장) 전 상황봉장학회 회장은 "송아지 장학금은 독특한 운영 방식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서 "송아지를 받아 박사가 된 동문만 20여 명에 이르고, 한때 400명이 넘었던 전교생이 39명까지 줄어든 학교 학생 수 감소를 막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역민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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