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 밖, 우주에서 그 가능성을 찾기도했지만 지금 세대를 생각하면 지구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야말로 새 개척지가 될 것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 오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대전환(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간판을 바꾼 HD현대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현대가(家) 3세' 정 사장이 '우리가 세계에서 바다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란 자부심을 담아 전한 메시지다.
그가 'HD현대' 간판을 앞세워 공개 석상에 나선 건 CES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행사를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면, 이번엔 그룹 미래를 이끌 책임자로서 회사 정체성과 목표를 직접 소개한 자리다. 이날 그는 지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바다를 우리 기술로, 똑똑하고, 즐겁게, 영원히 즐기기 위한 '바다 대전환' 솔루션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른바 ①오션 모빌리티(Ocean Mobility)와 ②오션 에너지(Ocean Energy) ③오션 와이즈(Ocean Wise) ④오션 라이프(Ocean Life)다.
이날 약 20분 동안 막힘없이 영어로 회사 비전을 소개한 정 사장은 "HD현대는 발견의 새 시대(New Age of Discovery)를 열겠다"고 전했다. 세계 물동량의 90%가 바다를 통하는 데다 교역량 증가로 해상 물류는 2050년까지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바다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원까지 포함하면 바다의 잠재력은 (현재까지 추산된) 24조 달러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각 분야별 실무자들이 정 사장에게 바통을 이어 받아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다. 정 사장보다도 11살 어린 백봉석(29) 현대글로벌서비스 매니저가 심지애(33) 매니저와 짝을 이뤄 연사로 등장, 한층 '젊어진 그룹'이라는 이미지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똑똑해진' 선박 시스템(오션 와이즈)을 설명하면서 "HD현대가 스마트 선박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지능형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해양 데이터와 AI분석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 해상 물류의 최적화한 모델을 구현하고 탄소 발자국 감소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우리 기술'로 해양 미래를 개척하는 개념(오션 모빌리티)을 설명했다. 그는 "HD현대는 선박 건조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가상의 모델) 기술을 적용해 지능형 선박으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며 "무인화와 원격 디지털 솔루션을 갖춘 미래 선박을 통해 친환경 연료를 이용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즐겁게, 영원히 해양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솔루션도 제시됐다. HD현대 자회사 아비커스가 개발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이자 스마트 해양 레저 플랫폼인 '뉴보트(Neuboat)' 확산을 통해 개인이 바다를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즐거움을 높이고(오션 라이프), 모든 선박에 세계 최고의 친환경 연료 엔진 기술 등을 탑재(오션 에너지)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친환경 연료 엔진 기술과 함께 연료 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바다의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