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전 발표에 파타고니아 '철학임원'이 등장한 이유는

입력
2023.01.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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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미세 플라스틱 줄이는 기술 협업
주요 행사마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강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 전날인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

삼성전자의 올해 비전을 소개하는 이 행사에 의외의 인물이 연사로 등장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빈센트 스탠리 최고철학책임자(CPO)였다. CPO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가치 설정을 담당하며 △일상적 경영 활동에서도 윤리적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임원이다.

철학 담당 임원이 등장한 삼성전자 행사

파타고니아는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윤리경영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회사다. 세계 초일류 기술 기업 회의에 의류 브랜드의 '철학 담당 임원'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 스탠리 CPO는 "삼성전자와 파타고니아는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면서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 방법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그 결실과 같은 세탁기 신기술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신기술은 바로 미세 플라스틱 저감 세탁 코스다. 옷감 마찰을 최소화하는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을 활용, 세탁 때 의류에서 떨어지는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을 최대 54% 줄여주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 세탁 코스를 지난해 유럽에서 먼저 도입했고, 올해 한국과 미국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세탁 코스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이날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미세 플라스틱 저감에 도움을 주는 외부 필터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인희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상무는 "삼성전자 제품이 아닌 세탁기에도 적용 가능한 필터"라며 "올해 유럽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초연결' 강조... 한종희 "기술이 주는 행복 극대화"

삼성전자는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의 기조연설로 시작한 이날 콘퍼런스에서 '지구를 위한 친환경 경영 전략 소개'를 첫 순서에 배치했다.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모여 혁신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을 일부러 강조해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도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무게 기준)을 90%까지 올린 무선 이어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내놓은 '신환경경영전략'을 다시 소개하며 "혁신 기술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DX부문은 2027년까지 사용 에너지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정 상무는 "지속가능한 제품과 기술을 선보여, 고객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자원 순환을 높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기기들이 더 쉽게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hyper-connected) 세상을 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연사로 나선 디바이스플랫폼센터 정재연 부사장은 "더 많은 파트너 기기들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기끼리만의 연결이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기기도 쉽게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한종희 DX부문장은 "삼성의 기술로, 기술이 주는 행복과 풍요로움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