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5분 이내 탑승' 조정안을 내놓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탑승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며 언급한 얘기다. 정시성 원칙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전장연 시위보다 열차 고장 등 지하철 자체 문제로 인한 지연 운행 사례가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5분 이상 열차 지연으로 승객들에게 ‘열차지연 증명서’를 발급한 날은 모두 592일에 달했다. 교통공사는 사규(여객운송약관 제30조 5항, 여객운송약관시행내규 제26조)에 따라 열차가 5분 이상 지연되면, 공사 홈페이지와 역사에서 열차지연 증명서를 발급한다.
노선별로는 1호선 62일, 2호선 107일, 3호선 145일, 4호선 162일이었다. 1~4호선의 경우 2,3일마다 한 번씩 열차가 늦게 도착한 셈이다. 5~8호선은 양호한 편이었다. 5호선 45일, 6호선 9일, 7호선 55일, 8호선 7일로 집계됐다.
지연 사유로는 단순 순연이 가장 많았다. 출퇴근 시간대 인파가 몰려 승ㆍ하차 시간이 길어지거나 열차 간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저속 운행을 하는 경우에 주로 해당한다.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열차 차체 결함이나 운영시스템 장애로 인한 지연 운행도 적지 않았다. 1~8호선에서 차량 고장과 신호 장애, 승강장 안전문 이상, 단전 등으로 열차 운행이 늦어져 지연 증명서가 발급된 날은 총 89일이었다. 7호선이 21일로 가장 많았으며, 열차 고장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4차례와 5차례 있었다. 4호선과 5호선도 각각 19일이었다.
열차 지연 사유에 ‘장애인 시위’가 명시된 날은 39일에 불과했다. 전장연 시위는 2021년 12월 3일 시작됐다. 시위가 있었던 2~5호선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하철 자체 문제로 지연된 날이 52일로 더 많았다. 서울 지하철 지연 문제를 전장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전장연 시위가 집중된 4호선에서만 장애인 시위로 인한 지연이 22일로, 열차 문제로 인한 지연(19일)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