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누락 논란… 이주호 "교과서에 반영"

입력
2023.01.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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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육과정 전 과정서 5·18 빠져… 4·19 혁명, 6월 항쟁만 언급
야권 "민주주의 훼손", 광주·전남교육감 "민주화 운동 교육 약화 우려"
교육부 "대강화 원칙 따라 역사적 사실 기술 간소화한 것"

교육부가 지난해 말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용어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를 윤석열 정부의 '의도적인 5·18 지우기'로 규정하고,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과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민주화 운동'을 명시해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초·중·고 사회, 역사,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용어가 명시되지 않았다.

현행 교육과정의 초등 사회과 성취기준에는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새 교육과정에는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의 이념과 기본 원리를 도출한다"고만 돼 있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서 언급한 사례로는 4·19 혁명과 6월 항쟁만 있을 뿐, 5·18 민주화 운동은 빠졌다. 5·18 민주화 운동은 2004년 7차 교육과정에 처음 포함된 이후 계속 명시돼 왔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국회의원 58명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 운동이 국가교육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라며 "정부는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 운동을 최대한 담아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전남교육감도 교육과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 교육 약화를 초래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교육부가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그대로 둔 채 5·18 민주화 운동만 제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집필기준)에 '5․18 민주화 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는 5·18 민주화 운동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사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의 서술 항목 및 내용을 간소화하는 '대강화(大綱化)' 원칙에 따라 구체적 역사 사건 서술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이라는 해명이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2021년 발표한 교육과정 개발·개정 기본사항에서 대강화의 큰 틀이 확정됐고, 그에 따라 연구진이 전 교과에서 내용 학습 요소들을 대폭 생략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개입해 누락하도록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6·25 서술과 관련해 '남침' 표현을 명시하도록 수정한 것과 비교했을 때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남침 명기는 대강화와 다른 맥락이며 5·16 군사정변, 7·4 남북공동성명 등이 5·18 민주화 운동과 같이 대강화 차원에서 생략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지난해 8월 이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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