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신기술'이라는 열분해유, 탄소 배출 저감 효과는 '글쎄'

입력
2023.01.07 04:30

"열분해유 규제 혁신을 통해 저탄소 산업을 활성화하겠다."

지난 3일 환경부 신년 업무보고에는 폐플라스틱에서 석유(열분해유)를 뽑아내는 열분해 재활용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열분해 재활용은 처리가 힘들어 골칫거리였던 폐비닐에서 석유를 뽑아 쓸 수 있어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에 주목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열분해 재활용은 화학적 분해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돼 탄소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열분해유의 재활용 성과가 과장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투명 PET병, 단일재질(PE·PP)용기, 폐비닐 순으로 재활용이 잘 된다. 투명PET병과 단일재질 용기는 '자르고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으로도 충분히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폐비닐은 기계적 재활용이 불가능해 현재 시멘트 공장의 연료로 쓰이거나, 웃돈을 들여 소각하고 있다. 특히 소각과정에서 환경을 크게 오염시킨다.

열분해 방식은 폐비닐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기름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기름은 보일러 연료로 쓰거나,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정제된다. 환경부는 2026년까지 폐플라스틱의 10%를 열분해로 처리할 방침인데, 열분해유 원료의 대부분은 폐비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KORA)에 등록된 열분해 업체 16곳은 폐비닐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올해 열분해 공장을 지을 계획인 SK지오센트릭도 폐비닐 등 기계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쓸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열분해의 재활용 성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비닐을 처리해 석유로 쓸 수 있는 점은 효과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많아 친환경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폐비닐을 열분해할 때 나오는 탄소는 '최악의 폐기물 처리 방식'인 소각했을 때보다는 적지만, 기계적 재활용 등 다른 방식과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이 많다.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BASF)에 따르면, 폐비닐 1톤을 열분해하면 탄소가 0.73톤 배출된다. 소각했을 때 발생하는 1.91톤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열분해유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약 3.34톤 배출된다. 열분해유를 정제할 때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원유를 정제해 플라스틱을 만들 때 배출되는 탄소 1.89톤보다 훨씬 많다.

2021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에서도 열분해의 탄소 배출량은 2.13톤으로, 기계적 재활용 때의 1.99톤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BASF의 연구에서도 PE·PP 플라스틱 1톤을 열분해할 땐 탄소가 2.12톤 배출됐으나, 기계적 재활용을 하면 1.98톤의 탄소가 배출됐다.

폐비닐(고형연료제품·SRF)은 시멘트 제조 연료인 석탄의 대체재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이 경우 석탄을 썼을 때보다 탄소 감축 효과가 크다.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시멘트 공정에서 석탄을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탄소를 1.15톤 줄이는데, 이는 열분해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했다. 2020년 국내 시멘트 연료의 70~80%는 석탄이다.

폐비닐의 열분해 재활용은 소각하는 것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다른 재활용 방식보다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기계적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재질을 개선하고 근본적으로는 비닐 사용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독일 오에코(Oeko) 환경사무소는 열분해와 기계적 재활용의 탄소 배출량을 비교한 보고서를 내며 "열분해로 재활용할 플라스틱을 기계적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바꾸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기계적 재활용이 열분해보다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한 재질 개선이 반드시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열분해 재활용이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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