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에게 재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다. 만일 취업에 성공한다하더라도 단순 노동직 혹은 임시직이 대부분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이처럼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결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력단절을 겪은 뒤 창업을 선택해 엄마로서 그리고 소상공인 기업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다. 올프롬제이의 조수연 대표는 맘 디자이너이자 키즈 패션 브랜드, 편집샵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조 대표의 편집샵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맘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으며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프롬제이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올프롬제이는 아이들은 집에 사는 공룡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공룡 5개를 보유한 키즈 패션 브랜드 펀사우루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명의 편집샵과 다양한 유휴공간에 셀러를 매칭하여 플리마켓을 진행하는 마켓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가 특이하다
엄마로써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둘째를 낳고 나서 떠올리게 됐어요. 첫째가 육아때문에 힘들어하는 저를 보면서 둘째가 공룡이라서 그렇다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집에 사는 공룡이라는 설정을 만들었어요. 엄마를 힘들게하는 아이들이 사람이 되면 멸종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짰죠. 그것을 토대로 작지만 지혜로운 공룡,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골목대장처럼 씩씩한 공룡, 멋내기를 좋아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공룡 등 캐릭터를 만들었고요. 그런 공룡들이 입고 활동하기 편한 옷을 제작과 픽하여 고객님들께 제안하고 있습니다.
마켓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핫플레이스 쇼룸을 운영하던 5년 정도 운영했는데 갑자기 건물주 분이 나가달라고 통보를 했어요. 손녀분이 그 공간을 운영하겠다는거에요. 권리금도 못받고 나오면서 핫플레이스 상권에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달았어요. 그렇게 1인 무점포 셀러들을 매칭해서 매장 유휴공간에서 마켓을 여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셀러들과 함께 판로를 개척하는 것에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편집숍은 어떤 공간인가?
수원 광교 엘리웨이에 위치한 편집숍은 25명의 키즈 디자이너들을 제휴하여 편집한 키즈 디자이너들과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저희 편집숍은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있는데요. 제가 아이와 함께 쇼핑할 때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제대로 쇼핑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경험에서 착안해서 그런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23년에는 출산과 육아로 체형이 변화된 엄마들의 스타일과 퍼스널 칼라 등을 제안하는 공간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경력 단절을 겪었다고 들었다
2012년 첫째를 출산 할 때 기획 총괄로 있던 기업에서 첫 번째 경력 단절을 겪었습니다. 당시 저는 핵심 임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재계약을 못 했습니다. 출산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말이죠. 2015년 둘째를 출산한 뒤에 또 한번 더 경력 단절을 겪었어요. 남편과 함께 다니던 기업에서 공동 육아를 이유로 퇴근 시간을 지키며 지냈거든요. 그런데 둘 중 한 명에게 추가 근무를 요청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나오게 된 거죠.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해달라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유호랑이라는 브랜드의 경우, 대표님께서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 옷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서 런칭한 브랜드에요. 브랜드 네이밍도 아이 이름을 따서 지은 거구요. 아이에게 좋은 제품을 사주고 싶었는데 비싸고 맘에 드는 것도 없어 직접 제작해야겠고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미싱을 사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한거죠. 핸드메이드 머리띠 제품을 완성했고 인스타와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 후에는 아이디어스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유아용 핸드메이드 소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글 문구를 사용한 제품과 개별 네이밍 작업 등으로 특화된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앤즈부티크라는 브랜드도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단절되신 대표님이 운영 중이세요. 대표님 딸이 발달 문제가 있어 재취업이 어려워졌어요. 딸아이를 보면서 자폐나 지적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세상과 고립된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뭔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딸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앤즈부티크라는 브랜드를 런칭하셨어요. 그리고 앤즈부티크라는 브랜드가 발달장애 아이와 자녀를 둔 부모님께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 제휴 중입니다.
모두 맘 디자이너이면서 사업가인 셈인가?
위 브랜드 외에 저희와 제휴한 곳의 80% 이상은 맘 디자이너면서 사업가입니다. 다양한 런칭 스토리가 있지만, 대부분 엄마가 되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어떻게 만나게 됐나?
처음에 지인이 맘 디자이너 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서로 공감하고 그렇죠. 당시에 많은 분들이 판로가 제일 고민이라고도 하셨고요. 보통 마켓이나 팝업 참여를 주로 하십니다. 제가 선뜻 서울숲 쇼룸에 샵인샵 입점을 제안하면서 같이 협업하게 된거죠. 서울숲 쇼룸에 메인 스테이지가 있는데요. 제 브랜드가 아닌 다른 디자이너 제품을 그 곳에 입점시키는 것이 저 역시 디자이너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저도 다른 누군가의 응원에 의해 쇼룸 오픈까지 하게 된 것처럼 그 브랜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샵인샵 입점을 시작했고 그렇게 판매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이후 인연이 닿아 지인의 소개가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그 지인의 지인, 또 다른 지인 이런식으로 5곳에서 10곳, 20곳 이렇게 늘어났고 현재는 25곳까지 제휴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 공감대 형성도 잘 될 것 같다. 시너지 효과를 느끼고 있나?
육아 및 사업적 어려움까지 서로 공감대가 잘 맞죠. 정기적으로 모여서 정부 과제, 세무, 제조, 및 다양한 고민에 대한 어려움도 나누고 있어요. 그렇게 몇 분은 정보 과제 수혜를 받는 등 나름의 시너지 효과도 있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재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2001년에 개인사업자로 회사를 설립해 당시 매출 20억원 정도 규모로 운영했습니다. 고객이 대기업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일 수 밖에 없었어요. 어느 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어요. 그 기업이 저희에 대해 독점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고 2011년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제 나이 38살에 모든 것을 다 잃고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10년 간 일해온 거래처와도 다 연이 끊겼어요. 아무도 절 찾지 않더라고요. 원망하며 살았죠. 이러한 부정적인 마음은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5년 간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떼기위해 노력한 끝에 재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여성으로서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제 주변 30~40대 젊은 여성 사업가들 대부분이 기혼, 미혼 관계없이 출산과 육아에 대해 고민하더군요.
만약 저도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경력단절을 겪을 줄 알았다면, 출산과 육아를 더 많이 고민했을 겁니다. 그래도 실패를 겪으며 믿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받아 본 저는 저를 변함없이 사랑해줄 것 같은 아이들, 우리 가족에게서 많은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육아를 통해 분명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우울감도 오고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지금의 위안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육아라는 대가를 치르며 조금이나마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업은 진짜 어른이 해야한다고들 하잖아요. 제 경우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모두들 육아도 사업도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