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에서도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유행에 맞춰 발빠르게 제품을 대량생산해 공급하는 이른바 패스트패션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특히 친환경 제품만 출시하겠다는 신생 패션기업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컨셔스웨어와 그린컨티뉴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신생 친환경 패션기업이다. 식물성 가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자 회사와 브랜드를 소개해달라
서 : 컨셔스웨어는 식물성, 재생 가죽 전문으로 의류와 잡화를 만드는 친환경 기업입니다. 자사 브랜드 네이크스는 재활용(Recycle), 식물성 기반(Plant-based), 인류와 동물에 대한 사랑(Care for people and animal), 지속가능성 확장(Spread consciousness)이라는 4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편하면서 세련된 베이직 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 : 그린컨티뉴는 국내 최초로 선인장 원단을 개발해 꼭 필요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식물 추출물을 활용해 합리적이고 다양한 친환경 원단을 제조하고 있어요. 저희는 회사명과 브랜드가 동일합니다. 초록색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계속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 컨티뉴(Continue)를 합쳐 초록색이 지속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가죽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 : 시중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소가죽은 크롬이라는 중금속으로 무두질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가죽은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지만 불규칙한 모양 때문에 자투리 가죽들이 많이 버려집니다. 또한 사용 후 폐기 시 썩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합니다. 저희 친환경 가죽은 재활용 원단인 재생 가죽이나 식물성 원료를 추출해 바이오매스로 코팅한 식물성 가죽이 있어요. 그린컨티뉴의 선인장 가죽은 선인장 잎의 셀룰로오스를 추출, 가공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가죽 간의 차이점이 있나
서 : 동물 가죽, 인조 가죽, 식물성 가죽은 모두 다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만들어지는 방법이나 기능적인 부분들이 다릅니다. 동물 가죽은 고급스러운 외관과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유의 냄새가 나고 물에 닿으면 안된다는 단점이 있죠. 인조 가죽은 잘 마모가 되어 닳는 경우가 있지만 가볍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기능성을 갖춘 원단도 있어요. 저희는 이러한 동물 가죽과 인조 가죽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해 식물성 가죽 개발에 신경 쓰는 편입니다.
식물성 소재, 비건이 트렌드다. 패션 업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나
서 : 럭셔리 브랜드부터 시작해 국내 여러 브랜드도들도 비건 의류를 많이 늘리고 있어요. 소비자 또한 그러한 방향을 쫓고 있구요. 저희는 2019년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때 당시와 현재 동향이 완전 달라요. 그 때는 친환경 소재를 다루는 곳이 극히 적었거든요. 물론 매우 좋은 현상이지만, 항상 보여주기 식으로 친환경을 내세우지는 않는지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비건 소재가 무조건 식물성 소재란 뜻은 아니거든요. 비건은 다 친환경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건 패션은 화섬 즉, 인공 섬유와 식물성 섬유 등을 전부 포함하는 포괄적인 단어입니다. 최근 저희 네이크스가 지속가능한 패션 포럼에 패널로 참여했는데요. 환경 단체들도 비건이 무조건 친환경은 아니라고 강조해 말하시더라구요. 비건 패션이 기존 패션 업계의 환경 오염을 줄여 나가고 나아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려면 전 생애주기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원부자재의 생산 경로 등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저희 또한 완벽한 솔루션을 이행하기 보다는 어느 것이 환경에 덜 해로운 것인지 많이 연구하고 실천하는 편이구요.
전 : 2025년부터 나이키를 비롯한 빅 브랜드들이 친환경 원단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습니다. 샘플을 직접 보고싶어서 저희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저희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업계 관계자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친환경이고 비건이 주류가 될거니 꾸준히 원단을 만들어달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이러한 패션업계 친환경 트렌드는 계속해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어디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지
전 : 패션업계, 자동차업계, 가구업계 등 다양하다고 느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원단 및 가죽 분야에 있다보니까 다양한 업체에서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패션쪽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차, 가구쪽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전 : 대부분 호기심에 저희 원단을 찾으십니다. 국내에서도 선인장 원단이 나왔구나하면서요. 주문하시고나서는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에 만족하십니다. 다만 저희가 아직 샘플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어분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니즈에 맞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분들과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겁니다.
선인장으로 가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 어떤 원리인가
전 : 서 대표님께서 앞서 설명해주신 것처럼 식물에 존재하는 셀룰로오스 성분을 이용합니다. 이 성분을 추출하기위해 저희 만의 가공 방법을 사용하여 개발했습니다. 추출물을 사용해 피혁 공정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원단이 완성됩니다. 총 8단계 가공 공정인데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잎을 자르고 분쇄한 뒤 가공하여 원단 공정까지 마치면 선인장 원단이 완성되는 것이죠. 저희는 독자적인 추출 가공 공법을 사용해 귤껍질이나 커피찌꺼기를 사용한 원단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전 : 처음에 남성용 친환경 가방을 만들고 싶어서 원단을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비싼 원단을 사용해서 가방을 만들면 당연히 가방 가격도 비싸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되잖아요. 또 친환경 원단 대부분이 해외에서 제조되다보니까 배송비도 비싸고 배송 기간도 오래 걸려요. 브랜드 입장에서 리스크 부담이 한 두가지가 아닌거에요. 차라리 제가 한 번 국내에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겼구요. 결과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동등한 품질의 원단을 제조하게 되었네요.
서 : 전 첫 직장으로 글로벌 패션기업에서 의류를 생산관리하는 직무를 맡았습니다. 매 시즌마다 수십만장의 의류를 생산했습니다. 시제품 제작에만 천 장 이상의 옷을 만들어요. 그 결과로 많은 원단과 의류가 과잉 생산되어 쉽게 버려집니다. 의류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눈으로 목도한 뒤 저는 대량으로 생산하여 소비되고 버려지는 패스트패션 산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어요.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에요. 때마침 서울시에서 2017년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2019년 예비창업자 자격으로 합격하여 창업하게 됐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 : 의류 업사이클링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땀에 삭은 옷, 구멍 난 옷 등 상태가 안 좋은 옷이 많이 수거됐어요. 2주동안 알바도 고용하고 진땀 흘렸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막상 작업을 끝냈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가방이나 소품을 만드는 것보다 의류를 업사이클링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이제 여러가지로 요령이 생겨서 할 만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서 : 동물 가죽 대신 식물성 가죽과 재생 가죽 제품이 대체 소비될 수 있도록 앞장서고 국내 가죽 산업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2023년에는 보다 본질적인 친환경 가죽 개발에 집중하여 전 생애주기 그리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제작한 잡화 등을 만들고 싶어요. 환경 오염 물질 저감 효과도 숫자로 환산하여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전인호 대표님과도 장기적인 협력관계로 피드백을 주고 받아 선인장 가죽을 발전시키는 반면 새로운 친환경 가죽을 기획하고 개발하여 자사만의 시그니처 제품 라인을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전 : 저도 서인아 대표님과 비슷해요. 대표님과는 내년 초 식물성 가죽 패션쇼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는 친환경 원단으로 시작하지만 꼭 필요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ESG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계속 파악하여 연구개발에 몰두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매출액만 두고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저희의 이념을 알리기 위해 친환경 정책과 그린 활동을 계속해서 실시할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찾는 친환경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