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업인이 만든 제품, 서비스를 적극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도 생겼어요. 거기서 기회를 봤죠"

입력
2023.01.04 10:44
[소상한토크 #20] 여성을 위한 제품으로 시장 개척하는 여성 소상공인 대표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성 제품과 서비스는 여성의 관점에서 설계되고 제작되어야 한다는 시각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다. 여성 소비자에 대한 이해없이 설계된 제품, 서비스나 성차별적 마케팅으로 공분을 사는 기업사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여성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도 생겼다. 또한 여성 스스로 창업하여 여성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성 특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OBFW도 그 중 하나다.

여성활력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제품 자체가 생소하다. 어떤 브랜드인가.

여성 건강기능식품 시장 이미용 뷰티 혹은 갱년기 여성 제품으로 양분화되어있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왜 전 연령의 여성들이 섭취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먼저 시작했죠.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적극적이고 스스로 자주적이고 진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여성활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브랜드 명은 ‘여력’으로 직관적으로 표현했고요. 제품은 홍삼이 베이스로 홍화씨 같은 한방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여성들의 신진대사, 스테미너에 집중한 제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여성 시장이 이미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변화가 느껴지는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에 만나는 여성 소상공인 대표님들이 많은데 대부분 여성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이에요. 제가 추구하고자하는 목표와 가치가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서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여성 타겟으로하는 브랜드들이 이제 더 이상은 수동적이고 흔히들 말하는 여성스러운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요. 여성이 스스로 편안하고 활동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브랜드 미션이나 가치가 닮아있는 브랜드들을 저도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남성 전용 건강기능식품들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용은 처음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브랜드가 없나

여력이라는 브랜드와 본질적으로 따지고 보면 닮아있다고 느껴지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없습니다. 단순히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맞춘 제품은 있지만 저희는 한발짝 나아가서 사회적 시선에 의한 신체 정의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 스스로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추구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완곡한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에요. 남성 건강기능식품은 정력이라는 단어를 쓰잖아요. 저도 처음에 여성 정력제같은 단어를 쓰려고 했는데 아직은 인식이 그렇게까지 높아진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력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직관적이다. 어떻게 나온 이름인가

제품을 만들면서 브랜딩 스튜디오와 아이디어 회의를 엄청나게 했어요. 몇 시간씩 수다떨면서 모든 단어를 브레인 스토밍했어요. 여성과 힘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말 그대로 여력이 됐죠. 그리고 여력이라는 단어가 여분의 힘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 재밌게 마케팅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우리가 뭘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하는데 다 써버리면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에는 쓸 힘이 없잖아요. 저희는 그 때에 여분의 힘을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죠.

어떤 고객층을 먼저 공략하고 있나

요즘은 운동하는 여자분들께 수요가 있어요.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액티브하고 좀 거친 운동하시는 분들이나 야외활동 많은 운동하시는 분들 위주로요. 풋살, 크로스핏, 골프, 주짓수 같이 흔히 여성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서 호응이 좋아요. 또 자신의 몸에 대해서 굉장히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는 분들이라던지 펨테크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도 들어오고 있구요.

브랜드 협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여성 커뮤니티나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고 여성 관련 행사에 협찬을 해서 브랜드를 알린 적도 있어요. 최근에는 중동과 중국업체에서 구매의향을 밝혀서 미팅 중에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SNS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자인 인력이 합류했거든요. 그리고 내년에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해외 박람회에 참여해 홍보를 좀 더 집중할 생각이에요. 펨테크 기업들도 여력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그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함께 홍보하고 신제품을 기획, 판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 기업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정력제 컨셉트로 하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죠. 식약처 승인이나 그런 부분에서요. 식약처에서 여성 활력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는 거다보니까 계속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더라고요. 처음 시도하는 것들은 다 그렇잖아요. 그래서 한달, 두달 제품 출시가 계속 밀렸어요. 11월에 출시가 됐어야 했던 건데 2월까지 미뤄졌죠.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엄청 큰 손해거든요. 또 제품 자체의 컨셉을 이해하는 사람도 많이 없고요. 여성 제품 시장에 다양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생소한 컨셉트라고 생각될 것 같다.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식약처 같은 기관이 좀 더 유연해져야 시장 내 다양성이 형성되고 보다 여성들에게 편하고 이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좋은 제품 자체가 소비자를 설득시키기에 유리하다는 점은 당연하고요. 또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나 시선 때문에 사업적인 손해가 생길 수도 있고 도전이 두려울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성있는 제품, 서비스가 나오는 것을 가로막고 결국 소비자들이 더 나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고요.

또 여성 소비자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시장 내 플레이어들이 풀어야할 숙제에요. 단편적으로 가구 단위가 예전에 고전적인 가족 형태라하면 4인 가족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1인 가구, 반려동물 가구, 여성 2인 가구라던지 다양한 형태가 나오고 있고 그에 따라 시장도 형성되고 있죠. 여성 소비자도 그렇게 세분화해서 저희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션에 공감하는 분들께 더 어필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사실 우리 회사와 브랜드를 유지해나가는 것만으로 프론티어 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수출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고요. 장기적으로 여성 건기식이라고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