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입국 심사 대기줄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무사히 입국하기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만큼 곳곳에서 긴장된 표정도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입국 심사관이 "미국엔 왜 왔나요"라는 질문에 "CES에 간다"라고 말한 사람들에겐 추가 질문 없이 여권을 돌려줬다. "행운을 빈다(GOOD LUCK)"라는 친절한 인사도 함께.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IT기술 전시회 'CES 2023'은 세계적 관광지 라스베이거스에도 몇 안 되는 대목 중 하나다. LA국제공항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관문 중 한 곳으로, CES 관람객 중 많은 사람이 LA를 통해 입국한다. 이 때문에 여행업계 관계자는 "CES에 간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입국 허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LA공항을 통해 관광을 위해 입국하는 사람들에겐 어디 가는지, 며칠 머무는지, 일행은 있는지 같은 질문을 꼼꼼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대비를 이뤘다.
지금껏 라스베이거스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은 레드 록 캐니언, 카지노로 대표되는 관광 산업이었다. CES는 지역의 대표 먹거리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로 늘리는 이벤트다. 이번 CES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LG, SK, HD현대를 비롯해 3,000개 넘는 기업이 참가했다. 현지 여행사 가이드는 "CES는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 사람들이 몰려오는 보기 드문 이벤트"라며 "항공편과 호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고 값도 크게 뛰었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 지역 상권도 CES 효과를 누리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CES 참석자들이 단체로 움직이며 식당을 찾고 아웃렛과 관광지에 들르고 있다. 단 범죄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소매치기·절도부터 길 안내를 하는 듯하다 강제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한편 이번 CE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정상화된 첫 번째 행사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대비 참가 기업은 두 배가량 늘었고, 전시공간 등 행사 규모도 50%가량 커졌다. 관람객도 직전 행사보다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지난 CES에는 불참하거나 온라인 전시로 대체했다.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행사가 3년 만에 치러져 분위기가 상당히 올라온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참가 기업 숫자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띈다. 주로 중저가 가전제품을 앞세워 시장 입지를 확보한 중국 가전 기업들은 최근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중국 당국의 '위드 코로나19 선언'으로 해외 시장보다는 내수 경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물자와 인력 이동이 꽉 막히며 제대로 된 소비가 어려웠던 중국 내부에서부터 가전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다. 실제 중국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까지 CES 참관객들이 많이 머무는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CES 메인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전시 부스를 마련했지만 올해에는 해당 공간이 텅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