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푼 부동산 규제, 부작용 없게 신중해야

입력
2023.0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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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부동산 규제지역을 오는 5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6·9·11월에 이어 현 정부 들어 4번째 규제 완화이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완화된다. 또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고, 재당첨 및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청약 규제도 풀린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완화하고, 중도금대출 분양가 상한선 12억 원 기준과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 등도 폐지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는 것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매수세가 사라지며, 지난해 9,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900건 정도로 하락했고, 한때 인기를 끌던 신축 아파트들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부동산 관련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 부동산발 금융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더라도, 규제 완화 속도나 방향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물론 향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알 수는 없지만, 최근 3개월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 하락 폭은 4%(한국부동산원) 정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 상승 폭과 비교하면, 이제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락 속도를 조절해 집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계층 불평등, 청년층 좌절감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돼 있어, 실수요자 주택 구입보다는 자칫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안정 대책은 효과가 수년 후 나타난다는 점에서 장기적 시각이 중요한데 규제 완화를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