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주변서 4명 DNA 확인… “동거녀 시신 땅에 묻어”

입력
2023.01.03 19:05
혈흔과 머리카락 등 분석 결과 
남성 1명 여성 3명 유전자 확인 
시신 유기 장소 진술 바꿔 수색 새 국면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거주지 등에서 각기 다른 4명의 유전자 정보(DNA)가 확인됐다. 추가로 대조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기영의 추가 범행과 연관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기북부경찰청과 일산동부경찰서는 3일 "이기영이 거주하던 동거녀 집과 차량 등에서 채취한 혈흔과 모발 DNA에서 남성 1명과 서로 다른 여성 3명의 유전자 확인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남성 1명과 여성 1명은 숨진 택시기사와 동거녀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의 여성 DNA는 대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기영 모친을 비롯해 현재 여자친구 등 집을 다녀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범행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이기영은 동거녀 시신 유기 장소를 번복했다. 당초 지목한 지점에서 2㎞ 떨어진 다리 근처에 땅을 파서 매장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기영은 당초 "차량용 루프백에 시신을 담아 하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이기영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그간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중 수색까지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이기영이 새롭게 지목한 지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변 땅이 얼어 시신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이기영을 살인 및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로 4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과 지난달 10일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7,000여만 원을 쓴 혐의다. 신상 공개 사진이 실물과 차이가 커 논란이 된 이기영 얼굴이 송치 과정에서 공개될지도 관심사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기영을 취재진 앞에 세울 방침"이라면서 "하지만 이기영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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