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잘못하면 최악의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존치와 고교 전 학년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이렇게 우려를 표했다. 진보 성향의 조 교육감은 "주요 정책들에 대해 협의가 충분치 않다"며 보수 정부의 교육 정책 드라이브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 교육감은 "내신 절대평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학생들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 대신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도록 하려면 내신을 전부 절대평가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1학년 공통과목은 1~9등급의 상대평가를 하되 2, 3학년 때 수강하는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계획이었다. 현 정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시 1학년 공통과목까지 전면 절대평가를 검토 중이다.
이런 정책이 자사고·외고 존치 방침과 같이 가선 안 된다는 게 조 교육감의 주장이다. 자사고·외고 열풍을 불러와 일반고 교육 여건이 후퇴하고, 입시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우려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외고가 존치되고 내신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에 불리함이 없어져 자사고와 외고의 경쟁률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에 자사고·외고 존치 방침을 담은 고교 체계 개편 방안, 고교 1학년 절대평가 적용 여부 등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불과 몇 달 사이에 교육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다른 교육 정책 기조에도 쓴소리를 했다. 조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중 1조5,000억 원이 대학 재정 지원 예산으로 빠진 점, 2022 개정 교육과정 의결 과정, 교육부가 국회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 찬성 의견을 보낸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뜻을 같이하는 정책에는 협력 의사도 표현했다. 조 교육감은 "초등돌봄 8시까지 연장과 반도체 인력 양성 등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정부가) 보수적인 교육 정책의 지평을 변화시키는 지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부터 돌봄 수요가 있는 공립 초교에서 돌봄 시간을 오후 8시부터 연장하고, 돌봄교실 모든 학생에게 간식을 무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코로나19로 벌어진 교육 격차를 다시 좁히는 것도 조 교육감이 내세운 새해 정책 과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5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기초학력 보조인력(튜터)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 학력이 떨어진 학생을 보충지도한다. 또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1인당 5만 원 한도로 교육청이 지원한다. 출발선의 평등을 위해서다. 등굣길 안전을 위해 6월까지 모든 초교의 통학로에 보행로가 확보됐는지, 표지판이나 과속방지턱 등 시설물은 설치됐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