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겼지만 고물가는 여전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주머니 열기를 망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매유통업계의 성장률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면서 유통가는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유료 멤버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 강력한 혜택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산이다. 주기적으로 식품 및 생활필수품을 사야 하는 고객 입장에선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고물가 시대 합리적 소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트레이더스)은 1일 유료 멤버십 '트레이더스 클럽'을 선보였다. 애초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는 '열린 매장'을 지향하며 별도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온라인 장보기 채널의 등장으로 매출이 줄어들자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이다.
트레이더스는 3개월 전 미리 회원을 모집하는 '얼리버드 가입 프로모션'으로 벌써 가입자 56만 명을 확보했다. 가입자 모집 후 10, 11월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2% 올라 매출 상승효과도 확인했다.
유료 회원에게만 할인이 적용되는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1월 한정으로 유료 회원에게는 쿠쿠 밥솥, 삼성 갤럭시 워치 등 일부 가전을 7만 원까지 깎아준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대용량 구매로 일반 마트에 비해 객단가가 높은 편"이라며 "한 번만 와서 장을 봐도 할인 폭이 꽤 큰 편이라 수요가 몰린다"고 말했다.
소비자 이탈이 자주 일어나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는 유료 멤버십이 고객의 발길을 잡아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컬리는 유료 멤버십 개발을 위해 석 달 동안 신청한 사람에게만 주는 '베네핏 패키지'를 시험 적용 중이다. 매달 적립금 3,000원 증정에 더해 2만 원 이상 구매시 무료 배송 쿠폰도 제공한다. 티몬은 기존에 운영하던 유료 멤버십 '슈퍼세이브' 운영을 지난해 10월 종료하고 혜택을 보강해 새로운 멤버십을 도입할 계획이다.
유료 멤버십 도입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옥석 가리기'를 시작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단순히 할인 혜택만으로는 유료 회원을 붙잡기 어려워졌다"며 "해당 채널에서만 누릴 수 있는 남들과 다른 혜택과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신세계그룹은 최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을 구상 중인데, KT와 손잡고 KT멤버십까지 결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KT통신 요금제에서 신세계그룹 멤버십을 선택하거나, 신세계 멤버십으로 KT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등 신세계그룹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록인(lock-in) 효과'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최근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이름을 '와우 멤버십'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로켓배송' 무료 혜택을 강조하기 위해 '로켓와우'라는 이름을 썼으나,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면서 쿠팡만의 차별화 혜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