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리그 2위를 달리는 팀의 수장이 시즌 중 해임된 것은 이례적이다.
흥국생명은 2일 “권 감독을 해임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권 감독의 지도 방향이 팀 스타일과 맞지 않아 해임 조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 흥국생명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권 감독은 8개월여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흥국생명은 현 이영수 수석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당분간 향후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권 전 감독은 고문 형태로 팀에 조언 등을 해줄 예정”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그러나 고참 선수들을 비롯해 선수단 상당수는 권 감독의 해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6위에서 올 시즌 승점 42(14승 4패)로 리그 7개팀 중 2위를 달리는 등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해임 시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흥국생명은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리그 최강 현대건설을 제압하고 연승을 달렸다. 앞선 27일에는 이원정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세터 포지션을 보강, 후반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흥국생명은 그동안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프로 원년인 2005년 이후 10명의 감독(신동연 감독대행 제외) 중 7명이 시즌 중 사임하거나 경질됐다. 고(故) 황현주 전 감독이 시즌 중이던 2006년 2월 경질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도 흥국생명은 리그 1위를 달리던 중이었다. 김철용 전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지만 2006~07시즌 직전 경질됐고, 황현주 전 감독이 다시 한번 사령탑에 올랐지만 2008~09시즌 중 경질되는 등 일관성 없는 감독 인사로 배구계의 빈축을 샀다. 이후에도 이승현 (2008~09시즌 중 사임) 어창선(2009~2010시즌 중 사임) 차해원(2012~13시즌 중 계약 해지) 감독 등이 줄줄이 시즌 도중 하차했다. 여성 감독 최초로 통합우승을 일군 박미희 해설위원(2014~22년)이 8년을, 외국인 반다이라 마모루(일본ㆍ2010~11년), 류화석(2013~14년) 전 감독이 각 1년여씩 임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