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중국이 던져놓은 난제 때문에 세계의 지도자들은 골치가 아프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료 신호가 주요국들에서 줄줄이 감지되던 중, 별안간 중국이 '제로 코비드'를 끝내고 문호를 열면서다.
중국의 경제 동력을 하루빨리 살려야 했던 시진핑 정부는 3년간 이어온 봉쇄를 지난해 말 풀었고, 코로나 확산의 불씨는 진공이 산소를 급히 빨아들인 듯 큰불로 자라 감염 쓰나미로 몰아쳤다. 외신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내에선 매일 3,700만 명 이상이 새로 코로나에 감염되고 있으며, 병원과 화장장은 숨이 붙은 자와 죽은 자로 인산인해다.
'세계 최고 방역'을 자랑하던 시 주석의 리더십은 상처 입었고, 세계는 일상 회복 코앞에서 2020년 봄의 악몽을 떠올리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측 불가한 2022년을 맞았던 인류 앞에 '영속적 위기(Permacrisis)'의 연대기는 끝내 결말을 드러내지 않을 것인가.
중국발 코로나 위기가 불러올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따져 보면 이렇다. '나쁜 전망'부터 들여다보자. 우선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의 무한연장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패닉이 우려된다. 이 시나리오의 출발선은 '대응할 수 없는 변이 확산'이다. 중국은 8일 입국자 격리를 종료하고, 수억 명이 이동하는 춘절 연휴를 앞두고 있다. 백신 효과를 판단하기 힘든 XBB.1.5 등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중국에만 수십 종이 유행 중이다. 이미 중국 인구 절반가량이 코로나 감염을 겪었고, 앞으로 넉 달 동안 중국 내 코로나 관련 사망자 수는 지난 3년간 미국인 사망자의 규모에 달할 것(뉴욕타임스)이라고 한다.
감염의 '정점'이 요원하다면, 내리막의 중국 경제는 브레이크를 되찾기 어렵다. 최근 부상한 피크 차이나(Peak China·성장의 정점에 도달한 중국)론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추락의 무한동력을 얻는 격이다. 새해 들어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 주가가 일제히 급락한 시그널은 이런 의미에서 심상치 않다.
기실 서구인의 렌즈에 비친 중국 경제의 모습은 '나쁜 전망'에 대체로 수렴했다. 노동자가 떠난 거리와 멈춰 선 유통망, 그리고 바닥에 닿은 소비 사정. 굵고 짧게 코로나 확산의 홍역을 치러낸들, 중국의 굴기가 가당키나 하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고개를 들고 있는 '좋은 전망'의 주요 근거는 중국 정부의 위기 극복 의지이다.
시 주석의 신년사 키워드는 '범기지난이도기지원(犯其至難而圖其至遠)'. 가장 어려운 곳을 공략해야 원대한 목표를 이룬다는 선언적 문구이지만, 이면에는 코로나 사태를 돌파해 경제부흥을 달성하겠다는 전화위복을 노린 결연함이 도사리고 있다. 오는 3월 집권 3기 첫 양회를 앞둔 시 주석의 다급함이 규제를 풀어내고, 장대한 소비력을 해외로 밀어내리란 전망을 자아내게 한다. 다행히 코로나 확산이 찻잔 속 폭풍으로 진압된다면, '경제회복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질 것(이코노미스트)', '기반시설 건설에 집중하는 부양책이 동원돼 중국 경제를 살린다(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여지도 있다. 정부를 비판했다 사라졌던 마윈이 앤트그룹의 대규모 증자안 승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뉴스, 인민은행의 내수 지원 약속 재확인 소식은 이 같은 낙관의 방증이 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올해 들어 내놓은 첫 메시지(1일 미 CBS 인터뷰)의 골자는 중국이었다. 그가 밝힌 전망의 행간에 따르면 중국이 지금의 코로나 대확산 위기에 거꾸러질지, 아니면 맞서 견딜지에 따라 전 세계 경제의 명운이 갈린다. 중국은 과연 모두를 추락으로 이끌 덫이 될지, 혹은 폭풍을 견뎌낼 단단한 닻이 되어줄지. 전체 수출의 23%가량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에게도 중대하기 짝이 없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