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소재로 한 판타지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래 터틀미(TurtleMe) 작가가 쓴 웹소설에, 후유키 작가의 작화가 더해져 웹툰으로 탄생했다. 웹툰과 웹소설 모두 미국 콘텐츠 플랫폼 타파스(Tapas)에서 1위에 오른 성공작이다.
특히 웹툰은 타파스의 모기업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을 통해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팬들을 만나고 있다. 여전히 웹툰보다는 만화책이 주류인 미국에선 단행본으로 출간돼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끝이 아닌 시작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터틀미(30·본명 브랜든 리)의 인생도 바꿨다. 터틀미 작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금융업계에서 일했으나, 2017년 연재를 시작한 첫 작품 '끝이 아닌 시작'의 성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로 만난 그는 "나 역시 처음엔 타파스를 잘 몰라 연재할 생각이 없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이미 웹소설이 웹툰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미국에서 그런 흐름을 선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웹툰 역사가 20년이 넘은 한국에선 하나의 지적재산권(IP)이 △웹소설 △웹툰 △영상 콘텐츠 등으로 변주된 사례가 많다. 그러나 미국은 웹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돼, '끝이 아닌 시작'과 같은 성공 케이스가 드물다.
터틀미 작가는 미국 웹툰 시장의 성장 속도가 한국보다 느린 이유로 우선 인식의 차이를 꼽았다. 오랜 기간 미국인들은 불법 유통된 만화를 봐 왔고, 이런 소비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습관 자체를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웹툰 도입 초반 겪었던 문제와 똑같다. 터틀미 작가는 "여전히 미국에선 만화를 돈 주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소비 환경의 차이도 크다고 했다. 터틀미 작가는 "한국은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에 빠르게 익숙해진 것 같다"며 "직접 차를 운전해 다니는 사람이 많은 미국은 웹툰을 보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웹툰 불모지' 미국에서 도전에 나선 이유는 웹소설이나 웹툰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잠시만 짬을 내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작가 입장에서는 (단행본을 발행하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터틀미 작가는 웹툰 소재가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인 영화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분명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에 비하면 미국 웹툰 시장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할리우드에서도 웹툰계에 정말 좋은 IP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웹툰 작가라고 소개하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터틀미 작가는 다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데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나는 그래도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만큼 고수익을 올리는 작가들이 많지 않다"며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