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4)씨는 31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갈 계획이다. 이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온 나라를 지배한 지난 3년은 고통 그 자체였다. 손님이 없어 매출은 반토막 났고, 대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요즘엔 희망을 말한다. 그는 “과거 타종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잘 살아봅시다’라며 흥겨워하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3년 동안 사라져 아쉬웠다“며 “다시 한번 희망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새해맞이 행사가 3년 만에 전국 곳곳에서 재개된다. 그간 ‘랜선’으로 신년의 기대를 나눴던 시민들은 오랜만에 ‘오프라인’ 해맞이ㆍ타종식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해넘이ㆍ타종ㆍ해맞이 행사에 126만 명 넘게 운집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계묘년’ 새해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청아한 타종 소리를 듣고, 또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생각에 들떠 있는 시민들은 물가안정 등 경제적 안녕부터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비극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 희구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궁극적 바람은 하나다. ‘더 나은 삶’이다.
올해도 국민을 슬프게 한 사건ㆍ사고 소식이 많이 들렸다.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청춘이 세상을 등졌고,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선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남성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인지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다. 새해 첫날 새벽 기차를 타고 동해로 일출 여행을 떠나는 이모(30)씨는 “이태원 피해자도, 신당역 피해 여성도 ‘약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2023년은 모두가 따뜻하게 지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새해 일출을 감상할 계획인 장모(26)씨도 “최근 방음터널 화재까지 2022년 전체가 사고로 얼룩진 느낌”이라며 “계묘년의 키워드는 ‘무사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 탓인지 경제 회복에 대한 갈망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27)씨는 1일 새벽 일출시간에 맞춰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 올라 새해 소원으로 ‘물가 안정’을 빌 생각이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지갑이 탈탈 털린 한 해였다”면서 “만 원으로도 점심 한 끼가 버거운 세상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김모(27)씨는 “내년에는 청년들이 ‘시드 머니’를 모아 차도 사고 집도 살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결혼, 취업도 해맞이 소원 단골 주제다. 충남 태안군 바닷가로 새해 일출을 보러 가는 문모(27)씨는 “내년에 결혼하는데 평생 화목하게 살게 해달라고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1일 새벽 인천 영종도 주변 무인도 매도랑(일명 ‘샤크섬’)에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결의를 다지기로 했다.
경찰은 새해맞이 대규모 인파에 대비해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78개 기동대와 경찰특공대 등 경력 1만여 명과 현장 지휘차를 투입해 인파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