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리스 차량'이 포함되며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보조금 대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생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 조지아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미국 내 리스 물량을 늘려 IRA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규정과 관련한 추가 지침을 공개했다. 핵심은 납세자가 '상업용 친환경차(전기차)'를 사서 쓴 경우 세액공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재판매 목적이 아닌 납세자의 (직접) 사용이나 리스(임대) 목적으로 취득한 차량 등 '사업용(business use)'이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그룹의 리스 물량은 5~10%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업용 자동차 세액 공제에 대해 한국 측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추가 지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 현대차 아이오닉6와 기아 EV9 등 전기차 출시가 예정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환에 더 속도를 내는 한편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업해 IRA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6조3,000억 원을 들여 미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은 이르면 2024년 하반기 완공될 전망이다. 실제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친환경 완성차를 최종 조립하는 시점은 조금 더 늦어질 수 있다. 보조금 대상을 늘린 미 정부의 추가 지침으로 현대차는 숨통을 트게 된 셈이다.
미국 내 현대차의 전기차 리스 물량 비중은 높지 않지만, 현지 전기차 생산 공장 완공 시점까지 차량을 공급할 방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현대차의 전기차가 리스 시장을 통해서라도 미국 내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유지하게 된 점은 고무적"이라며 "전기차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도 리스차나 택시를 타본 뒤 좋으면 구매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