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로 숨진 5명의 최종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유전자정보(DNA) 검사를 통한 최종 확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유족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화재 피해를 입은 차량 46대(전소 44대, 그을림 2대)의 차량번호와 차대번호를 확인해 소유주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망자들이 발견된 차량도 확인됐으나, 정확한 신원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망 추정 가족의 DNA를 채취해 대조 작업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신원은 모두 확보했으나 가족과 DNA가 일치해야 한다”면서 “신원이 확인되면 유족 조사 후 시신을 인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NA 대조 결과는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이 특정되면 검찰과 부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부검까지 이뤄질 경우 시신 인계 절차가 더 늦어질 수 있어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경기 안양시 평촌한림대병원과 메트로 장례식장에는 각각 3구와 2구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돼 있다.
사망 추정 통보를 받은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망자 5명에 모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모녀의 남편이자 부친으로 추정되는 김모(56)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유전자 감식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애통해했다.
전날 밤 갑자기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사망자 가족들도 평촌한림대병원을 찾았다. 사망자로 추정되는 A씨 부인은 “너희 아빠가 얼마나 뜨거웠을까. 차가 뭐라고 차를 버리고 나와야지”라며 딸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A씨 지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도 “방금 전 당사자와 통화 중에 ‘연기를 마신 거 같다’고 했는데 차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