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세계 경기 위축에 따라 우리 경제가 고스란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1.6%로 예측하는 걸 봐서는 엄살이 아닌 것 같다. 최근 30년 동안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이하로 기록된 해는 경제에 큰 충격이 온 3차례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경제 한파가 우리네 삶을 덮칠 것이다. 물가 오름세는 작년보다 둔화되겠지만 고금리 추세는 유지되고 고용시장은 얼어붙을 것이다. 소비자는 자산 가격 하락과 이자 부담 증가로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져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로 투자를 줄이고 고용도 줄일 것이다. 대외수요의 위축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거기다가 가스·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제 한파가 밀려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 경제 한파가 심해질수록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다.
시장에서는 기업과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기업군 간 생태계 경쟁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합하여 다른 기업군과 경쟁해야 하므로 협력과 상생이 절실하다. 생태계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기업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과 제휴할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 간에도 협력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이 다반사다. 하물며 기업군 생태계 간 경쟁에서 협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재료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협력 없이는 완성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도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의 가치가 더 소중해진다. 자기만 살겠다고 남을 죽이면 자기도 죽는 일이 벌어진다. 중소기업의 건강한 발전 없이 대기업의 지속 발전이 어렵다는 걸 과거 사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힘을 남용하여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못 살게 굴면 굴수록 대기업도 어려워진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급사슬의 어느 한 축이 무너지게 되면 다른 축이 무너지게 되고 나아가 시장 생태계도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하자 대기업이 담당하는 자동차산업도 더불어 위기에 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위기 상황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을 통해 상생해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고 시장 생태계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나 하나 살겠다고 남을 죽이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시스템 복원 자체가 어렵다. 경제 한파가 휘몰아칠 때일수록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이 더 절실한 이유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여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면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게 생각하여 더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혼자 살겠다고 협력 상대를 죽이는 건 뺄셈이고 더불어 살겠다는 건 덧셈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