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오른다. 올해 한 해 동안 전기요금이 kWh당 19.3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한 번에 매우 큰 폭으로 오르는 셈이다. 다만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가스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2023년 1사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대국민 설명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유례없는 한파와 높은 물가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을 말씀드리게 돼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전의 누적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1조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도 같은 기간 5조7,000억 원에 달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내년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은 각각 kWh당 11.4원, 1.7원씩 오르고, 연료비조정단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행대로 kWh당 5원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인상된다. 직전 분기 대비 9.5% 인상된 것으로, 인상폭으로는 1980년 이후 역대 최대다. 1980년에는 제2 오일쇼크 등 이유로 분기당 평균 14.7%가 올라 한 해 동안 전기요금이 58.9% 인상됐다.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 부담액은 월평균 4,022원 오른다. 여기에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을 포함하면 400원 정도가 추가돼 실제 4인 가구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마다 조정되는 전기요금 특성상 4월 이후의 인상여부는 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이 장관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및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스요금 인상은 한 차례 미뤄졌다. 현재 서울시 기준 가구당 연평균 가스요금은 월 3만9,380원이다. 이 장관은 "가스요금의 경우 동절기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내년 1~3월 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며 "4월 이후에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취약계층이 타격받지 않도록 에너지 복지도 강화한다. 우선 기초생활 수급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는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기존 12만7,000원에서 19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연탄쿠폰 단가는 47만2,000원에서 54만6,000원으로 조정한다. 등유바우처 단가도 31만 원에서 64만1,00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약 350만 호를 대상으로 복지할인 가구 평균사용량인 약 313kWh까지는 인상 전 단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평균사용량 초과시에는 인상 단가를 적용한다. 가스요금은 감면 폭을 기존 6,000~2만4,000원에서 9,000~3만6,000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단기간 요금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상분을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나눠서 반영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 효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효율진단-융자·보조-스마트 관리' 등 3종 패키지를 통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뿌리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해서는 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사업을 통해 변압기, 사출기, 펌프 등의 고효율기기 교체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EERS 사업은 에너지 공급자가 효율향상 사업을 통해 정부가 부여한 에너지판매량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절감해야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