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절반 이상은 북한 핵무장의 배후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을 비핵화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한미 외교당국의 전략적 접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미동맹의 최우선 목표를 '비핵화'로 설정한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은 한통속이라는 게 우리 국민의 인식인 셈이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했을 때도 중국은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처럼 '중국 역할론'이 '중국 위협론'으로 뒤바뀐 국면이라면 '그나마 믿을 나라는 미국'이라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갈등이 한반도로 투영돼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 결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75.4%가 '어떠한 조건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보상이나 북미수교 등 조건이 마련되면 포기할 것(16.1%)', '한미연합훈련 등 북한을 위협하는 요인이 사라지면 스스로 포기할 것(3.5%)'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방관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었더니 52.0%는 ①'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답했다. ②'북한 핵무장을 원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안정을 위해 소극 대응하고 있다(36.2%)'는 답변이 그다음이었다. ③'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웹조사로 ①②③ 응답자를 교차분석해 중국 위협론과 한미동맹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①응답층 가운데 62.8%는 한미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이와 비교해 ②는 59.6%, ③은 51.2%로 동맹 강화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반도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도 ①은 42.7%가 동의했지만 ②는 35.1%, ③은 25.1%만 찬성했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안보협의체) 참여와 관련 ①은 65.1%가 찬성한 반면, ②③은 각각 50.5%, 44.8%에 그쳤다.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의 행태는 유엔 안보리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안보리가 소집됐는데,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노골적으로 북한의 '뒷배'를 자임했다. 이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했을 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응답은 72.7%로 '남한을 지원할 것(5.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중국 위협과 북한 위협을 독립적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컸는데 이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까지 북중러로 묶어 위협을 인식하는 단계로 왔다”며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북한 위협에 한미동맹으로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컸다. ‘주한미군을 포함해 어느 쪽의 군사력이 앞서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7.1%가 '남한 우위, 20.8%는 '북한 우위'라고 답했다. ‘주한미군을 제외했을 경우’에는 '남한 우위(40.5%)'와 '북한 우위(36.0%)'가 엇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