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름과 사옥, 상징(CI)까지 모두 바꾼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이 임직원 자녀 유치원 교육비 지원은 물론 직원 친화적 어린이집 운영 계획까지 밝히며 복지 확대에 나섰다. 내부에서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경기 성남시로 이사하면서 겪게 된 직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덜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HD현대그룹은 최근 '판교 시대' 개막에 맞춰 보육과 교육에 강점을 둔 사내 복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복지 항목으로는 ①유치원비 3년 동안 최대 1,800만 원 지원 ②사내 어린이집 오후 10시까지 운영 ③혜택 가득한 패밀리카드 제공 ④유연근무제 전 계열사 확대 등이 담겼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6일 열린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새로운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미취학 자녀를 두거나 출산을 계획 중인 임직원들로서는 반가울 만한 조건들이 많다. HD현대그룹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 임직원 자녀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연 600만 원씩 최대 3년 동안 지원한다. 특히 내년 3월에는 판교 신사옥 (글로벌R&D센터)에 3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드림보트 어린이집'이 문을 연다.
영아반을 만 0세부터 받는 어린이집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법정 기준 이하로 유지하게 된다. 특히 만 3∼5세 유아반에는 영어교사가 머물며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부모·교사·원장·회사로 구성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두기로 하는 등 학부모 참여형 '열린 어린이집'으로 꾸려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부 계열사에서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조기 출근한 직원이 업무 시작 시간을 30분 단위로 자유롭게 당겨 설정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주유 할인, 구독서비스(OTT), 해비치호텔 등을 이용했을 때 적립률을 높이거나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이 담긴 'HD현대 패밀리카드'도 새로 만들어 주는데, 회사가 연회비 전액을 지원한다.
다만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옥 이전에 따른 고충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한 직원은 "계동사옥과 접근성이 좋은 서울 및 경기 북부 지역에 터를 잡은 직원들의 경우 출퇴근에 대한 고충이 상당하다"며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복지책이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보육 및 교육 지원의 경우 △미혼이거나 △자녀가 취학했거나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 경우 누리지 못할 혜택들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임직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