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는 왠지 모르게 마음 구석구석이 푸석푸석해집니다. 무언가 이룬 것도 없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 듯합니다. 정신 차려보면 새해 자정은 이미 지났습니다. 는 건 나이 하나뿐이라 현실 인식에 괜스레 쓸쓸해집니다.
매해 연말 연초, 닫고 다시 여는 마음이 푸석푸석했다고 해서 일 년 내내 우리네 마음이 메마르고 건조한 건 아니에요. 다행인 건 늘어난 게 비단 나이뿐만은 아니란 경험 혹은 적응입니다. 그 경험과 적응으로 우린 푸석푸석한 마음에 윤기를 더할 각자의 마음 돌봄 방법을 익혀가고 있으니까요.
그 방법 하나를 여러분과 공유할까 해요. 달력으로 마음 돌봄을 실천해보는 거예요.
우선 달력이 필요합니다. 새로 안 사셔도 돼요. 은행이나 기업에서 공짜로도 주는 달력이면 충분해요. 그날의 날짜, 요일 등을 각각 한 장에 적은 일력(日曆) 역시 훌륭한 준비물입니다.
그럼 이제 달력이나 일력에 실린 그림, 숫자, 글자 등에 시선을 돌려보세요. 오늘이 어제에서 왔고, 내일은 오늘에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말해주는 달력 혹은 일력을 눈으로 훑어내리는 과정만으로도 마음 돌봄 효과를 느낀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좋은 문구나 그림이 적힌 달력 혹은 일력을 보면 지식이나 영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일력이라면 매일매일 종이를 쫙 찢어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어제에서 온 오늘을 닫고, 오늘에서 내일로의 문을 여는 희열감이나 '마음 챙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 굿즈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출판사 민음사의 '인생일력'은 계묘년을 앞두고 달토끼의 편지를 담아냈다고 해요. 2,000년 동안 달에서 떡방아를 찧던 달토끼가 우리은하의 다른 존재와 만나는 여정이 적혀있는데요. 동양고전 속 365가지 명문장이 들어있습니다. '사서(四書)'와 '정사(正史)'는 물론, '채근담'과 '한국 산문선', '조선 사람이 좋아한 당시' 등 옛사람들이 전해주는 지혜로운 문장을 뜯으며 하루를 소중히 채워보세요.
미국의 심리치료전문가인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이 담긴 '365일 긍정 확언 일력'도 추천드립니다.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해 더 나아갈 용기를 주자는 게 그의 메시지인데요. 나를 위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 암시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가령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면'이 주제인 11월의 한 페이지에는 "과거는 오직 머릿 속에만 존재한다. 내가 살고, 느끼고, 선택하는 모든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라고 적혀 있어요.
일상의 작은 힐링을 매일 채우고 싶다면 임진아 작가의 '2023 오늘을 채우는 달력'은 어떠신가요. 반려인 진아와 생활견 키키가 주고 받는 말풍선 속에는 기분 좋은 대화가 가득합니다.
'평범'이 키워드인 1월 7일 페이지에서 키키는 "난 올해 조금 보통이면 좋겠어"라는 진아에게 "어떨 때는 평범한 게 최고지"라며 응원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