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식당 여주인 살인범 7차례 범행 시도… ‘식당 경영권’ 노린 계획범죄

입력
2022.12.28 15:00
수개월간 고의 교통사고 등 7차례 범행 시도
경찰, 강도살인 혐의 적용해 3명 구속송치
"공동투자자 명목으로 식당 가로채려고 해"

제주의 유명 음식점 여주인 강도살인사건은 음식점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계획범죄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 피의자들은 수개월 동안 고의 교통사고 등 7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했고,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는 등 ‘완전 범죄’를 노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제주시 오라동 주택에 침입해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박모(55)씨와 김모(50)씨, 김씨의 아내 이모(45)씨 등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피해자 소유의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향 후배 김씨 부부에게 금전적 대가를 약속하고 5개월에 걸쳐 범행을 준비해 저지른 청부살인사건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2019년 박씨와 피해자가 박씨 명의의 토지와 피해자 식당 부지·건물을 공동으로 근저당 설정해, 수십억 원대 대출을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 대출금은 피해자가 식당 법인의 지분을 확보하는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박씨는 외부에 "피해자 식당의 공동투자자이며, 식당 법인의 관리이사를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법인에는 관리이사라는 직책은 없었고, 실제 박씨가 식당에 출근하지도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피해자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가 피해자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려고 마음먹고, 김씨 등과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지난 9월 3차례나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장기간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교통사고 계획이 어긋나자 직접 피해자 집에 침입하기로 마음먹고, 지난달 2일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피해자가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바꿔 범행에 실패했고, 같은 달 10일에는 피해자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 폭행하려 했지만, 때마침 경찰 순찰차가 지나가자 포기했다.

폭행과 위협에 미수에 그쳤지만 이들은 지난 5일 김씨가 배달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집 현관 맞은편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지난 16일 김씨가 피해자 집에 침입해 숨어 있다가 피해자가 귀가하자 집 안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김씨 부인도 피해자 식당 주변에서 대기하다 피해자의 이동 경로 등을 김씨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고의 교통사고 등을 김씨 등과 준비한 것은 맞지만, 살인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박씨는 범행 직후 김씨 등을 만나 “(피해자가) 죽을 확률이 몇%냐”고 묻거나, “다 안고 가면, 길어야 5년 내에 나오게 해 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범행 대가로 박씨는 김씨에게 3,500만 원을 전달했고, "식당 경영권을 차지하면 식당 2호점 운영권과 피해자 명의의 서울 아파트 등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범행을 전체적으로 계획한 주범으로, 공동투자자라는 명목하에 피해자의 식당 운영권을 가로채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가 대출을 위해 담보물로 제공했던 토지가 사기 범죄와 연관이 있는 정황이 포착돼, 이 부분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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