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으나 군이 격추에 실패한 후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그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을 인지한 후 "(북한의) 1대에 대해 (우리는) 2대 또는 3대를 올려 보낼 수 있게 조치하고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28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군 당국의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상세히 소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6일) 첫 번째 1대가 내려왔을 때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는데,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기강이 해이하고 훈련이 부족하다고 보고 군을 강하게 질책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드론부대 설치를 앞당기고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군이 북한 무인기 격추 및 대응에 실패하면서 책임론이 제기된 것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합참의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좀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됐다"며 "무인기가 너무 작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맨눈으로 식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무인기 격추 등 대응을 위해 전투기나 공격형 헬기를 동원하는 것을 '대포로 파리를 잡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북한 무인기가) 아파트 단지 위에 있어서 총을 발사하면 대민 피해 상황이 우려돼 사격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정찰 드론이 찍고 가는 사진이 사실 구글 어스보다 못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인기 침범 당일(26일) 대통령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데 대해선 "NSC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국가안보실장이 수시로 받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을 통해 합참에도 전달이 되는 긴박한 상황이 실시간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NSC 개최 여부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지표가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NSC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군사 부문에 한정된 회의로 먼저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배경에 대해선 "우리의 취약점을 드러냄으로써 남남갈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일종의 대남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잇단 미사일 도발로도 미국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오히려 한미·한미일 안보협력만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고 남남갈등을 다시 한번 유도하면서 추후 전략적 선택지를 모색하는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