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심사평] 지식의 폭 넓히는 교양서 본질에 부합… 편견과 차별에 우려

입력
2022.12.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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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부문 수상작 '인류본사'
금태섭 전 국회의원 심사평

교양 부문에서 본심에 오른 열 권의 책은 다루는 분야는 물론 성격 자체도 매우 다양했다. 혐오와 편 가르기가 극단에 이른 현대사회를 공감의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설명한 ‘공감의 반경’, 농업 이주노동자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깻잎 투쟁기’, 각종 세대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그런 세대는 없다’, 김용균 사건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용균, 김용균들’,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화학물질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하이데거의 삶과 사유를 입체적으로 펼쳐서 보여준 ‘하이데거 극장’, 중국에서 실제 생활한 경험을 근거로 쓴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호남 차별을 지역과 계급이라는 두 개의 틀로 분석한 ‘전라디언의 굴레’,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전복된 시각으로 읽은 ‘좋은 불평등’ 그리고 문명의 산실인 오리엔트·중동을 통해서 인류사를 바라본 ‘인류본사’는 각각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모두를 고민하게 한 책은 세 권이었다. ‘하이데거 극장’은 기본적으로 책을 사랑하는 심사위원들의 애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후보였다. “신세계를 만난 느낌이었다.” “학자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나” 하는 찬사가 쏟아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다가 저자가 과거에 집필한 ‘니체 극장’을 주문했다는 고백을 남긴다.

‘전라디언의 굴레’는 올해 나온 책 중 가장 날카로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남 출신 저자의 깊은 통찰과 구체적이고 실감 나는 분석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이 책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상작인 ‘인류본사’는 예심 때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작품. 다수의 독자가 읽으면서 지식의 폭을 넓히는 교양서의 본질에 딱 맞는다는 평을 받았다. 오랜 세월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한 저자의 공헌이 높이 평가받았고, 편견과 차별에 젖어 있는 우리 사회 일각의 모습에 대한 걱정도 선정의 이유로 제시되었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