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자원이나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 창업가를 로컬크리에이터라 한다. 침체기에 놓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중요해지고 있다. 강원도 동부 지역에 위치한 양양 역시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다. 최근 서핑의 중심지로도 떠오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양양에서 활동 중인 김석기 대표와 윤지상 대표를 만나봤다.
양양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
김 : 양양청년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컬 지역에서 다소 부족한 브랜딩과 디자인 영역의 사업을 통해 로컬 브랜드를 발굴, 개발, 강화하는 로컬 브랜딩 대행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요즘 양양에 서핑이 유행인데요. 그러다보니 폐서프보드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서프사이클링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폐서프보드를 활용한 아트웍과 가구,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입니다. 아울러 지역의 청년의 안정적착 기반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양지역 청년 2명을 고용하였습니다.
양양 토박이인가.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 : 양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까지 양양 지역에서 살았어요. 이후에는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강릉에서 생활했고, 이후 20살 대학생활을 서울에서 보냈고 그 후 15년 간 서울에 있었죠. 부모님께서는 양양에 계속 계셨고요. 2015년 양양으로 귀촌을 해서 개인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했어요. 귀촌 3년 차가 되던 해, 제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지역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 때 우연히 저와 귀촌 시기가 비슷했던 사람들과 만나서 비슷한 고민을 나눴죠. 그렇게 멤버 5명이 모여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자라는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조합원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 : 막상 조합을 설립하려고 하니, 사무실이 필요했어요. 조합원 중 한 분의 사무실에 임시로 법인을 설립했는데, 각자기 그 사무실이 없어졌어요. 새로운 사업장 구하는 데에 6개월이나 걸렸어요. 그 사이에 양양지역의 임대료가 많이 올랐거든요. 20년 10월에 법인을 설립했는데 사업자 등록은 이듬해인 21년 6월에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사무실을 얻고 또 사무실을 꾸미는 과정이 우리 조합에게는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역시 사무실이 생기니 정식으로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벙커38.1의 시작도 함께 했다고 들었다.
김 : 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문체부의 관광두레 사업에서 양양지역 담당 PD 역할을 했고, 벙커 38.1 의 윤지상 대표님은 당시 관광두레 사업을 수행하던 양신영농조합이라는 주민 사업체의 대표셨습니다. 제가 PD 활동을 그만두게 된 시점에 본격적으로 합류해 사업을 논의하면서 벙커 38.1 이라는 네이밍을 정했고 브랜딩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1차 기본계획과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내부 인테리어의 초기 작업을 함께 했죠.
윤 :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국방부에서 공매로 벙커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벙커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 대표가 피디 시절부터 컨설팅을 해주셨어요. 그 때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 후 사업 초기에 같이 벙커 사업에 합류했고요.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윤 : 벙커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게되면서 법인을 설립했고 초반에는 김 대표가 이사로 참여했습니다. 이후에 김 대표는 폐서핑보드 사업에 뛰어들면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현재 벙커는 내부에 미디어 아트 갤러리 카페를 운영 중이고 바깥에는 동물 먹이주기 체험, 화덕 피자 체험 등의 프로그램 운영 중입니다. 벙커 주변으로 캠핑장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나 커플, 친구들끼리 와서 색다른 복합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벙커38.1은 어떻게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는지
윤 : 양양의 특징이 바다 쪽으로는 해양관광과 어업이 발전되어있는데, 전체 면적 중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산은 관광산업과 농업이 많이 뒤쳐져 있어요. 저는 농업인으로 귀농을 한 사람인데 이게 늘 안타까웠죠. 그러다가 우연찮게 벙커가 공매로 나와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공매에 참여하게 되면서 입찰까지 받았어요. 전국적으로 국방부 건물을 개인이 인수한 사례는 제가 최초입니다. 개인이 벙커를 만들 순 있는데, 60년 전에 지어진 벙커를 개인이 매입한 경우는 처음이에요. 이러한 의미있는 공간을 잘 활용해서 다양한 사람이 벙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하게 된 거죠. 또 지역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포인트도 많다고 생각하고요.
컨셉이 독특하다
윤 : 내부 면적이 실질적으로 38평 정도되는데 방이 세 개 였는데요. 최소한으로만 공사를 진행했고 저희가 구상하던 사업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공간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창문이 6개, 굴뚝도 6개인데요. 이것도 벙커의 특징이라서 그대로 살려뒀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중심지였던 이 곳에서 현재는 평화와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은 사라질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무뎌지곤 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오시는 분들께 보여드리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지
윤 : 아들은 막 대학 졸업해서 23살인데요. 졸업 하자마자 귀농해서 승마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지금 벙커에서 동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양양 지역에서는 승마 관련 체험이 없었는데 저희 최초고 향후에는 해변 승마나 산악 승마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양양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고민이 있는지
김 : 사실 저는 로컬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한계를 만드는 가장 큰 허들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자꾸 창업을 조장하는 식이 되어버리는 것도요. 우리 조합은 로컬이고 양양에 있으니까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강박을 느끼지 않아요. 서울에도 있는 일반적인 직장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되요. 다들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지난 9월 인턴 사원 모집에 20대 중반 청년들 8명이 지원했습니다. 들어보니 그들은 이 지역에서 인턴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깨달은 것이 지역 일자리라는게 사원, 직원의 개념보다는 식당, 리조트,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전문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직장의 개념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안정적인 일자리,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니즈에 맞게 투잡, 쓰리잡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세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양양이 서핑으로 인기가 많다. 실감하는지
김 :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실감하죠. 한 달이 다르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요. 다만, 안타까운 점은 초기에 서핑 문화가 자리잡을 때의 고즈넉하고 여유롭고 운치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큰 클럽으로 변하고 있는 서핑의 이미지만 소비하는 행태가 아쉽습니다.
윤 : 서핑 매니아층이 많이 오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항상 파도가 좋은 것은 아니기도 하고 서핑 체험 정도를 하는
일반 관광객들은 조금 다른 부분들도 궁금하신다. 더 다양한 체험거리를 원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공간을 만들어드려서 해소시켜드린 부분도 있구요.
바다에 오면 바다만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산의 청량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도 많잖아요. 바다를 보고 싶어서 오신 서퍼들이 산에서 또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또 다르거든요.
폐서핑보드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김 : 올해 IR 도전을 통해 사업을 보완하면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상품을 다각화하고 서핑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 진출을 시도해보고자 해요. K-POP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듯이 K-Surfing으로 오히려 새로운 충격과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도 폐서프보드를 업사이클링 하여 아트웍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죠.
각자 양양의 매력을 꼽자면
김 : 아무것도 없다는 답답함과 불편함은 있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산, 강, 바다를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연환경도 매력이에요. 이렇게 완전히 각 영역의 자연환경을 고루 갖춘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자부합니다.
윤 : 설악산과 동해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낙산사 같은 유서깊은 명소도 있고
다양한 역사와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 양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해서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도 더 활성화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