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비용이다"… 영국 기업들, 외로움에 연간 3.8조원 투입

입력
2022.12.27 19:00
영국 기업들, 직원 외로움에 1인당 1,500만원 투자 
저출산ㆍ고령화, 1인가구 증가, 팬데믹 등 영향 
일본인도 37.3% ‘외로움’… 고독·고립 대책 장관도

영국에서 외로움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고 있다. 2018년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해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격리,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전 세계에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NEF)은 영국 기업이 임직원의 외로움에 지출하는 비용이 연간 25억 파운드(약 3조8,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외로움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질병 등을 비용으로 환산한 결과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도 영국 기업이 매년 직원 1인당 1만 파운드(약 1,500만여 원)를 외로움 비용으로 쓴다고 집계했다.

이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 변화에 따른 것이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1인 가구는 지난해 670만여 가구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8.3%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로 인간관계가 단절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외로움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다수 나와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 심리학과 줄리안 런스타드 교수의 201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강한 사회적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존 확률이 50%가량 높다.

일본도 심각... "팬데믹으로 생계 악화...외롭다"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텔레그라프는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 주목했다. ‘아나타노이바쇼’ 등 일본의 비영리단체 4곳이 지난 2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3%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생계가 악화됐다"고 답한 응답자일수록 외로워하는 비율(47.8%)이 높았다.

일본에서는 노인연금을 받으며 사회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것보다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019년 일본 법무성 통계를 근거로 일본의 연간 범죄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1997년 고령 범죄자 비율은 5%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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