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기상천외한 '2023년 예측'을 공개했다. 여기엔 러시아의 앞날에 대한 전망 대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세력의 몰락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눈길을 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새해 전에는 모두 예측하기를 좋아한다"면서 "때때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희한한 예측을 내놔 경쟁하기도 하는데, 거기에 한몫 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2023년에 "석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 천연가스 1,000㎥당 5,000달러로 오르고,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복귀한 후, 유로화가 무너지면서 EU가 붕괴한다"고 예측했다.
또 독일을 중심으로 한 '제4제국(Fourth Reich)'이 형성돼 폴란드, 발트 3국,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키이우 공화국(우크라이나) 등을 위성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새로 등장한 제4제국은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고 그사이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은 새롭게 분할될 것이며, 북아일랜드는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에 통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미국에선 내전이 일어나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독립한다"면서 "텍사스와 멕시코의 통합 국가가 설립된 후, 내전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가 대통령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금융 활동은 미국과 유럽을 떠나 아시아로 넘어가고,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된 채 전자 법정화폐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의 글엔 다분히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를 조롱하고 저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이 우크라이나 패전으로 존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서구 진영의 예측을 거꾸로 뒤집어 풍자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이자 트위터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는 이 글을 그대로 옮긴 메드베데프의 트위터에 "대단한 글타래(Epic Thread)"라는 짧은 감상을 남겨 논란을 부채질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그는 "이 글은 가장 괴상한 예측 중 하나인데 인공지능과 지속가능 에너지의 발전에 대한 이해가 놀랄 정도로 없다"며 비꼬는 의도로 작성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이 연임 제한에 걸렸던 2008년 후계자 지목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과 함께 푸틴을 총리로 임명했으며, 2012년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 푸틴을 다시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다. 본인의 대통령 임기를 포함, 사실상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중간 다리를 놓은 셈이다.
2020년 진행된 개헌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대통령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2번 이상 맡을 수 없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임기가 무효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6년씩 2번, 최대 2036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