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공직사회 부패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사정 정국 조성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칼날은 유난히 날카롭다. 현직 장·차관급 인사와 외국 주재 대사들도 타깃이 됐다.
27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언론과 현지 항공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공안(경찰)은 청장을 포함한 베트남민간항공청(CAAV) 고위급 인사 대부분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당시 CAAV 고위직이 베트남인의 특별입국 허가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단서를 잡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020년 3월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베트남인의 귀국을 봉쇄했다. 특별입국 허가를 받아야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여행사 등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특별입국 사업권을 따낸 뒤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 이번 부패 스캔들의 골자다. 특별입국 프로그램을 통해 귀국한 베트남인은 총 20만 명에 달한다.
외교부 역시 초토화됐다. 이날까지 공안에 체포된 외교부 고위 공직자는 부홍남 주일본 베트남 대사를 비롯해 12명에 달한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과 보건·교통부 소속 고위 공무원들도 체포됐다. 공산당 중앙감사위원회는 부이타잉선 외교부 장관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이번 사정 드라이브는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주도하고 있다. 쫑 서기장은 지난 22일 긴급 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공직사회 부패 범죄를 발본색원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특별입국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거나 숙청하기로 결정됐다.
베트남 공직 사회는 얼어붙었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최근 공안에 불려 가지 않은 중앙정부 공무원은 거의 없다"며 "사정 칼날이 어디까지 닿을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