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3명 중 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신뢰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위험수위에 육박한 만큼 우리도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책임'이라는 응답이 62.4%에 달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은 66.8%(매우 동의 34.0%, 대체로 동의 32.8%)로 집계됐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31.8%에 그쳤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54.4%), 중도(70.7%), 보수(69.5%) 모두 '핵무기 보유에 동의한다'는 여론이 절반을 넘었다. 북한이 이미 준비를 끝낸 7차 핵실험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정부 정책과 국민여론의 괴리로 인해 남남갈등이 고조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충돌했을 때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건 없이 남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응답은 36.7%에 불과했다. '미국이 이익을 따져 개입할 수도,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53.6%)이라는 답이 훨씬 많았다. 일부는 '미국이 부담을 우려해 개입하지 않을 것'(4.1%)이라고도 했다. 한미동맹을 70년간 유지해왔지만 유사시 맹목적으로 미국을 믿고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상황에 대해 경계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미국과 중국 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63.1%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27.9%)'는 응답이 '중국을 지지해야 한다(2.9%)'보다 훨씬 많긴 했지만, 미중 사이에서 섣불리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데 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9.3%로 가장 많았다.
한미동맹 역사에서 '미국의 이익을 가장 일방적으로 앞세운 정부'를 묻는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73.1%)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조 바이든(41.5%), 조지 W. 부시(35.0%), 버락 오바마(20.6%)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