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3대 개혁 분야 중 하나다. 문명사적인 전환기를 맞아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 교육현장은 활력을 잃고 급변하는 세상과의 괴리가 벌어지기만 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것저것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아 '아무리 봐도 뺄 것은 학교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육부가 최근에 개혁 방향을 조금씩 공개하고 있다. 수능 입시 틀은 유지하되 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대학을 짓누르며 경쟁력을 후퇴시키던 교육부의 통제를 거두겠다는 것 등이다. 바꾸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에서 우선 반가움이 앞선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단지 대입 수시와 정시 비율의 조정이나 대학 학과 간 정원 조정 등 몇 가지 단편적인 조치의 나열로 끝나거나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범위에 한정된 정책 추진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육정책, 특히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사교육 시장의 이권을 포함해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자 집단의 목소리가 크고 여기에 학부모 단체의 민감함이 켜켜이 쌓여 혁신은커녕 작은 변화의 시도도 쉽지 않다. 그래서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도 갈등과 비난을 감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문제의 심각성이 누적되는 것을 방치하는 악순환이 지속돼 온 것이다.
교육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이중적인 면이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정작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교육의 비전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진지한 사회적 대화가 그리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인의 교육열이 유별나다지만 대학입시에 대한 과몰입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교육문제는 인구문제부터 일자리까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학교의 문제로만 국한해 볼 수 없다. 교육은 우리 사회 구성원과 공동체의 성장과 행복을 담당하는 정책 영역이라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당국은 인류의 미래를 구성하는 굵직한 흐름들을 시민들에게 제시하면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을 모두와 공유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모이도록 노력하는 작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들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만 휘둘리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지난 세기를 통과하면서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린 것은 우리 교육의 공이 크다. 표준적인 역량을 갖춘 인력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시험 중심의 경쟁체제로 20세기 산업사회에 맞는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키워내었고, 대학은 대학대로 전공 학과별로 쪼개져 분업형 모델을 통해 빠르게 전문인력을 양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표준적인 인력을 키우는 시대는 끝났다. 한 사람의 인재가 전에 없던 신산업을 만들고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업의 본질을 바꾸기도 한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가 가진 교육 시스템은 오히려 기를 쓰고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에 학생들로 하여금 헛시간을 쓰게 하는 역설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변화는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는 손해를 입힌다. 실패와 혼란의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혹자는 벌써부터 입시의 근간을 흔드는 혼란이 오면 안 된다는 등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부터 이야기한다. 물론 변화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교육체계의 대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교육부를 향해 건투를 빌게 될 줄은 몰랐다. 입시도 대학도 바꿀 생각이 이왕 있다면 화끈하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