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 여러 대가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들 드론은 시차를 두고 따로따로 비행하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파주, 인천 강화에 진입했고, 그중 한 대는 서울 상공까지 침입했다. 군은 오전 10시 25분쯤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드론 항적을 처음 포착해 경고 사격을 했고 전투기, 공격헬기를 투입해 격추 작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오후 한때 운항이 중단됐고, 작전 지원에 투입된 국산 KA-1 전술통제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다.
북한 드론의 영공 침범은 2017년 6월 강원 인제 야산에서 추락한 기체가 발견된 지 5년여 만이다. 앞서 2014년에도 경기 파주, 강원 삼척, 백령도에서 드론 잔해가 발견됐고 2015년 8월과 2016년 1월 남북 긴장 국면에서 북한 드론이 MDL을 넘어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우리 군의 경고와 대응 출격을 무시하고 대담한 추격전까지 벌이긴 처음이다. 지난달 2일 동해상 우리 영해 근처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데 이어 북한의 영토 침해가 더욱 노골화한 것이다. 남북한이 상대방 관할 구역을 존중하기로 한 1953년 정전협정과 1992년 불가침 합의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드론은 적은 비용으로 재래식 전력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지금 북한은 군사위성이 없어 대남 정찰에 저사양 드론을 투입하는 수준이지만, 미사일, 화학무기 등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 개발 기술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에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드론이 보여주는 위력은 비근한 사례다. 공격 미사일 체계를 완비한 북한이 이번 드론을 통해 남쪽 표적 획득에 나선 것이라면 위협 강도는 훨씬 높아진다.
하지만 군은 북한 드론을 완벽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최근에야 재밍(전파 교란) 방식의 드론 대응체계 개발에 착수한 형편이다. 이번 작전에서도 드론 추적 및 격추 실패, 전술통제기 추락 등 미덥지 않은 대응이 속출했다. 신속한 대응 체제 고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