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26일 구속됐다. 참사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구속(23일) 사흘 만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1차 목표인 경찰ㆍ소방ㆍ지방자치단체 실무진의 신병 확보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 경찰 지휘부와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책임 소재 '윗선'을 향한 특수본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박 구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박 구청장과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도 구속했다.
두 사람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도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최 과장은 참사 당일 낮부터 저녁까지 사적 술자리를 갖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도 귀가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방기한 혐의(직무유기)도 적용됐다. 두 사람은 핼러윈 축제가 '주최자 없는 행사'라서 구청의 관리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수본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 사유로 내세웠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지역축제 행사 초청을 받아 고향인 경남 의령군에 다녀왔으며 사고 전에 두 차례나 현장을 점검했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특수본은 그의 고향 방문을 "개인 용무"라고 결론 내렸다. 박 구청장은 참사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5일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교체해 증거인멸 의혹을 배가시켰다.
특수본이 1차 신병 확보의 마지노선으로 상정한 이임재 총경과 박 구청장이 구속되면서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총경 구속을 통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혐의를 입증할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박 구청장 구속으로 용산구 상급기관이자, 안전ㆍ재난 '컨트롤타워'인 서울시와 행안부 수사의 명분도 쌓게 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소방당국이 아직 남아 있지만 현장 책임자 초동수사는 마무리됐다"며 "행안부ㆍ서울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만간 참사 당일 현장 소방 대응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신병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