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당시 지하주차장에서 하역작업 중이던 1톤 화물차 배기구가 과열되면서 주변 종이박스에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 등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사실도 확인됐다. 관리 책임을 두고 현대백화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두한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받은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감식 결과와 관련해 "지하주차장 하역작업 중이던 화물차의 매연여과장치(DPF)가 과열되면서 배기구의 온도가 올라가 차량 밑에 접촉해 있던 종이박스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DPF는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부착하는 장치다. 오염물질이 쌓이면 이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고열이 발생한다. 국과수에서 직접 해당 화물차와 동일한 연식의 차량을 유사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험한 결과가 같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일부 등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감식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이 대장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 제어 시스템 기능이 정지돼 있는 것을 로그 기록을 통해서 확인했다"며 "작동은 지하 방제실에서만 가능한데 (누군가) 꺼놓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현재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제어 시스템과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옥내 소화전도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 출동 소방관들은 "옥내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 미작동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관리 책임을 둘러싼 경찰 수사도 현대백화점 본사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김윤형 현대아울렛 대전지점장과 관계자, 소방관리업체, 보안관리업체 등 1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대장은 "관리소홀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관련 혐의가 있으면 책임자들을 추가로 입건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대전고용노동청도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국은 지난달부터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과 대전 현대아울렛 방재시설 하청업체 대표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